별이 빛나는 밤에
일산 집도 어차피 주거단지라 대도시와는 거리가 먼데, 가끔 강화 시골집에 올때마다 별이 훨씬 잘 보인다. 동쪽 하늘에 오리온벨트가 보인다. 실제로는 가운데 별이 쌍성인데 겹쳐 보이는 거라, 네 개 인데 세 개 처럼 보이는 아이들이다. 페가수스 자리는 정말 크고도 잘 보인다. 별들이 서로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번 별자리라고 이어서 보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묶여서 보인다. 맥락이 갖는 힘. 차로 45분이면 올 수 있는 곳이라 ‘시골’이라고 부르긴 뭣하지만, 그래도 내가 시골집에 올 때 유일하게 기대하는 한가지 취미이다.
그리고 잠시, 밝은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응시하던 눈에 긴장을 푼다. 시야를 넓게 두고, 어딘가를 응시하지 않는다. 그렇게 잠시 눈을 내버려두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보일듯 말듯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은하(사람이나 캐릭 이름 부르는 것 같다)의 단면. 서로 너무 멀리 떨어진 별들 사이를 보다가, 새삼 바글바글하고 와글와글한 동네를 보는 느낌이다. 그냥 의미없는 먼지나 가스, 성운으로 흩어질 수도 있는 거였다. 그 와중에 수천억, 수조 분의 일이라는 확률로 원자와 원자가 뭉쳐서 분자를 이루고, 뭉친 그것들이 인력으로 서로를 당겨서 더 크게 당기는 힘을 만들고. 그렇게 티끌보다도 작은 확률로 생겨난 결정, 세계들이 저기에 있다. 당신들의 세계는 어떤가요. 거기에도 소중한 이야기와 시간, 순간들, 존재들이 있나요. 어차피 대부분은 가스덩어리와 돌덩어리들이겠지만, 최소 천억개 정도의 우리 비슷한 세상이 있을 수 있다던데. 거기엔 어떤 일상이 있나요.
묻다가 문득, 저들중 어딘가에서 반대로 이쪽을 쳐다보며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질문을 하는 상대를 상상한다. 정확히 나랑 똑같겠군. 그럼 그냥 여기를 상상하는게, 모양은 달라도 저기랑 비슷할수도 있겠다. 마주보는 당신들과 우리는, 그런 곳에 그렇게 살고 있었군요. 너무도 소소한, 습관처럼 굴러가는, 그래서 가끔은 느낌을 잊을 정도로 평범하게 투닥거리고 평범하게 치열하고 평범하게 지루한 그런 일상. 그리고 그 와중에, 행성 전체나 우주 전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만큼 무겁고, 깊이 빠져들거나 파고들게되는 어떤 사건이나 존재들이 있는. 당신들의 세계도, 나의 세계처럼 그렇겠군요. 나, 여기의 외계인은 당신들의 상상보다 심심하게, 혹은 당신들의 상상보다 드라마틱하게 살고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에는 몇 없는 소중하고도 로맨틱한 존재와 순간들도 있어요. 나 역시도 저들이 마냥 궁금해하는 외계인일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니, 나만 답을 알고있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우리의 존재는
그래서 나와 당신의 순간은
우주 평균적인 일상이자
전 우주적인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