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tain Call_08
그렇게 몸의 모든 곳에 있는 예쁜 등불을 하나씩 켠다. 아마 빨리 들어와달라고 보채지 않았다면, 그 예쁜 온 몸이 내 입술이랑 손으로 샤워를 했을 걸. 어디 하나 빼놓지 않고 예뻐해주고 싶어. 그리고, 꽃의 입장을 들으러 가본다. 꽃의 꽃, 꽃 중의 꽃. 가는 길에 보송보송하면서도 살짝은 굵고 거친 갈대같은 덤불숲이 있다. 그 살짝 빡빡하고 거친 느낌이 자못 야성적이라서 너무 좋다. 꽃에 가까워지는 부분부터 약간은 도톰하게 솟아있는 것도 '나 여기 있어요' 라고 말 하는 것 같아서 참을 수 없이 예쁘고. 문 양쪽에 손가락으로 인사를 한다. 살짝 쓰다듬듯, 약간은 긁듯, 혹은 천천히 두드리듯. 반가워. 지금 어때?. 바깥쪽 큰 문은 두텁지 않고 얇아서 순진하고 수줍은 듯 귀엽다. 바깥 문은 벌어져서 끌어들이는게 아니라, 안으로 빠져들게 하는 특이한 기울기와 매끈함이 있다. 대신 안쪽 문은 내가 이미 반쯤 열어놔서인지 한결 따끈하고 잔뜩 심술이 나 있다. 얼른 들어와, 들어오면 못나가? 라고 하는 것 처럼. 바깥 문에서 안쪽 문으로 살짝 넘어들어가면서, 위쪽에서 사실은 제일 긴장해있는 클리를 살짝 걸쳐본다. 온 몸에서 가장 강력하고 즉각적인 스위치이긴 하지만, 너무 대놓고 괴롭히면 언제든 좋은 흥분이 짜증으로 바뀔 수 있는 곳. 안 그래도 내가 여기저기 켜놓은 등불의 스위치들 때문에 클리는 심술이 그득그득 하다. 후흣. 귀여워. 예뻐. 앞으로 전체가 막 돌출해있진 않은데, 끝부분만큼은 또렷하고 귀엽게 노려보듯 나와있다. 손가락들이 문에 인사를 하다가 살짝이라도 스치면, 온 몸이 쩌릿 하면서 허리 근육이 들리는게 느껴진다. 어쩜 이렇게 반사적인 움직임도 솔직하면서도 기품있고 아름다울까.
문 앞에서 동글동글, 빙글빙글, 톡톡, 만질만질 손이 춤을 춘다. 사실은 피아노랑 기타랑 베이스를 칠 때처럼 한다. 처음엔 반갑고 수줍게 C-add9코드, 그러다 약간 야하고 세심하게 내 손의 질감을 전달하며 그 꽃을 느끼려 할 땐 Am7, 클리에 살짝 닿듯 훅 다가갈 땐, 항상 코드 진행의 속내를 드러내는 Fmaj.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 땐 Mixolydian 스케일로 조금쯤 세련되면서도 적극적으로, 안으로 들어가서는 Minor Pentatonic으로 당혹을 매혹으로 승화시켜 지우고 빠져들게 하는 무빙. 좋아하게, 좋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 길게 닿을 수 있는 가운데 손가락이 안으로 만나러 간다.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솜사탕이나 구름처럼 내 손을 감싸는 꽃의 안쪽을 만났다. 들어갈 땐 확실히 들어간다고 사인을 준다. 꽃 안쪽의 따뜻함과 쫄깃함, 부드럽게 감싸는 그립감을 느끼며 안쪽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뒤로 살짝 나오면서 꽃 안쪽의 스위치를 찾는다. 한 마디 반쯤 안쪽 위. 생각보다 조금 깊은 안쪽에 있다. 그래서 깊이 들어와달라는 거였구나. 똘똘한 녀석. 당신의 입에서 때로는 좋다, 때로는 굳이 말이 될 필요가 없는 소리가 살짝씩, 때로는 강하게 새어나온다. 예쁘다. 내가 예뻐하는 걸 충분히 느끼는 그 반응이 좋아. 한 손가락으로 꽃 안쪽을 예뻐해주다가, 허리가 기분좋게 들리고, 골반이 살짝 더 열리고, 꽃이 점점 더 앞으로 나오며 함께 열리는 게 느껴진다. 그럼 한 손가락이 더 출동해야지. 빈틈없이 채워주고 싶다. 그리고 나도 빈틈없이 느끼고 싶어. 이미 한 손가락이 들어가면서, 다른 한 손가락도 들어올만큼 충분히 열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두 손가락이 들어갈땐 나도 살짝은 세심하게 긴장한다. 그리고, 만나러 들어갔다. 더욱 빼곡하게 서로를 감싸고 어루만지는 꽃과 내 손. 지금 이 순간, 내가 연주해본 어떤 악기보다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너라는 천상의 악기. 실제로 내가 직접 해주는 것 처럼 리듬과 방향과 질감을 맞춘다. 조금이라도 아파하는지 때때로 소중한 당신의 표정과 말에 집중하며, 혹은 내 연주를 마음껏 즐기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그렇게 꽃을 예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