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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 Elevator - [디스코,글렌체크]

Neon Fossel 2020. 5. 22.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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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 Elevator - Glen Check

디스코

‘시끄럽고 신나는 노래’라고 스스로 칭하는 장르들을 통틀어, 처음으로 그런 노래들을 듣게 만든 노래다. 오프비트라는 레코드 프로덕션에서 다음이랑 합작해서 만든 인디밴드 소개 영상 시리즈. 로스쿨 가기 전에 PD가 꿈이었던 인형이는 거기서 잠시 열정페이를 받으며 일했었지 참. 윤종신네 집엔 악기가 참 많다는 얘기를 했던 게 기억난다. 저 때 둘다 ‘역시 영상도 DSRL로 찍어야 간지’라는 뽕을 심하게 맞았는데, 니콘을 지르려던 찰나, 쓰던 베이스가 퍼지는 바람에 새로운 베이스가 돈 이백을 오롯이 잡아먹었고, 덕분에(?) 평생 갈 카메라 덕질 하나는 아직 봉인된 상태다.

요즘은 디스코라는 장르도 꽤나 좋아한다. 사실 아예 디스코로 분류된 노래보다는, 팝이나 일렉트로닉 중에서 디스코적인 음색이나 리듬이 짙게 묻은 노래들. 그나마 해외 디스코는 옛날 노래들도 말 그대로 레트로하면서 힙끼가 묻어나서 괜찮은데, 국내 디스코는(...) 나무위키체를 빌리자면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고 하고싶다. 국내 디스코를 꼽으라면 멀게는 김완선 누나부터 그나마 가깝게는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 브아걸의 ‘어쩌다’ 정도가 있다. 그나마 이 세 가지를 꼽는 건, 여기까지가 내가 기분 나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것. 원더걸스는, 음, 형이 거기서 왜 나와. 그나저나 손담비는 얼굴부터 온 몸이 직선이다. 직선이 사납도록 날카로워서 그냥 무서운 사람이다. 곡선에 감겨드는 느낌이 전혀 없어.

 

디스코는 형식부터 내용까지 굉장히 직설적이어서 좋다. 클래식이나 재즈처럼 템포를 밀당하거나 리듬을 베베 꼬아놓지 않았다(물론 그런 맛을 디스코보다 더, 혹은 디스코만큼 좋아하기에 클래식이나 재즈도 좋아하지만). 둥-팍, 둥가둥가 하는 쉽고 경쾌한 리듬에, 딱 듣자마자 화려한 조명과 미러볼이 연상되는, 목적의 숨김이 없는 꾸밈, 소리와 가사로 대놓고 예쁜짓. 그 대책없는 직설과 발칙함이, 의도와 속내를 겹겹이 숨기고 살아야 할 때가 종종 있는 일상 속에서 가끔은 속 시원하다.

디스코는 이처럼 직설적이고 심플하기 때문에, 일단 디스코라는 장르로 묶이면 굉장히 뻔한 몇가지 특징을 가진다. 베이스는 주로 옥타브로 둥가둥가 해야 하고, 신디사이저나 키보드 음색은 뿅뿅거리거나 더 높고 날카로운 브라스 사운드 둘 중 하나여야 한다, 화성 스케일은 마이너 펜타토닉을 거의 벗어나기 힘들다, 그리고 템포와 리듬도 앞서 설명했듯 꼭지점 댄스가 떠오르는 딱 그 정도여야 한다 등등. 그래서 디스코는 그 ‘뻔하고 익숙한 걸 누가 더 잘하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연히, 그와중에도 차이는 명확하게 존재한다. 뻔한 화성 스케일을 어느 순서로 배치하는지, 그리고 그 뻔한 음색들의 소스를 얼마나 성의있게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드는지에 따라 다르다. 연애와도 비슷하다. 그 뻔한 드라마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그 디테일과 맥락의 차이.

 

글렌체크

글렌체크의 장르는 각종 매체의 정의 중 공통적인 것만 추리면 ‘디스코-일렉트로닉신스팝(Electronic-synth-pop)’이다. ‘전자합성음을많이쓰는대중연주곡’쯤 되려나. 칼럼니스트들은 신조어 만드는 게 나름 밥벌이의 중요한 요소인듯 하다. 끔찍한 혼종같은 단어. 멤버들도 프랑스 등 해외에서들 살다 왔고, 실제로 한국보다 유럽에서 먼저 더 많은 인기가 있었다. 눈 째지고 피부가 누런 아시아 원숭이들이 이렇게 힙터지는 짓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언제든 예외는 확실한 시강을 보장한다. 물론 그 휘어잡은 시선을 만족시키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서 리턴은 끔찍할수도, 대박일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