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n Fossel 2020. 6. 11. 12:52

부제_ 잡썰을 메모로 쓸려다가 다 에어팟 얘기라서 그냥 공기팟이 제목이 됨.

 

약 129번쯤 느끼는 건데, 에어팟은 정말 얘기 들은 대로 인류 3대 발명품 중 하나에 들어야 한다. 129번은 정말 많이 깎아서 담백하게 말한 수치다. 그냥 블투 이어폰이 아니라 '에어팟'. 그냥 옷이나 가방에 주렁주렁 잭을 매달 필요가 없다는 것만 해도 엄청났지만, 요즘 실감하는 건 더 크다. 가끔 회사 라운지에서 랩탑에 에어팟을 물려놓고 커피를 뜨러 가거나, 아래층 사무실에 다녀올 일이 있는데, 좀 끔찍할정도로 연결이 안 끊긴다. 라운지는 200평이 좀 넘어서 대략 50미터가 넘어가는 거리를 이동하는데도 전-혀 끊기지 않는다. 아래층에 내려갈 때도, 이미 라운지를 나와서 - 자동문을 두개쯤 거치고 - 엘베를 타서 - 8층부터 5층까지 내려가야 그제서야 끊긴다. 먼 거리를, 심지어 벽과 엘베를 뚫는 이런 독보적인 퀄은 어떻게 만들어 낸 걸까. 연결만 잘 되고 음질이 나쁘다면 그럭저럭 똔똔인데, 심지어 음질도 블투 이어폰들 중에 독보적으로 좋다. 헤드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귓바퀴의 울림과 풍부한 범위의 수음, 공간감만 포기하면, 사실 이 가격대의 '이어폰'이 구현한다고 하기에 굉장히 좋은 음질이다. 애플의 모든 제품은 '정말 좋지만 정말 창렬해, 정말 창렬하지만 정말 좋긴해'의 그 균형점을 악랄하게 꽉꽉 맞춰서 충성호갱 마저도 욕하면서 간신히 사긴 사도록, 심리적 한계점까지 비싼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에어팟은 애플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가성비 기준 '혜자'의 영역을 건드리는 만족감을 제공한다. 삶의 질 향상. 정말 그러네.

 

아 물론 단점은 아닌데, 감수해야할 차이와 개성은 있다. EQ(이퀄라이저)기준 저음이 그닥 강조되지 않은 Flat한 성격의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던 사람들에게는, 에어팟이든 이어팟이든 베이스가 좀 부담스럽도록 세게 느껴질 수 있다. 주로 일반 음악감상 목적에선 피아노,기타,보컬 목소리가 사브작사브작 잘 들리는 용도로 쓰거나, 아니면 음악 작업때문에 일부러 저-고주파수 모든 음역대에서의 부스트를 없애고 담백하게 듣는 목적의 기기를 쓰던 사람들이 그렇다. 애초에 애플쪽에서 레퍼런스를 요즘 가장 잘 팔리는 팝/힙합에 맞춰서 그런 것 같다. 약간 닥터드레 저격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적응할만한 가치는 있다. 비슷한 가격대이거나, 심지어 더 높은 가격대의 이어폰 중에서도 사운드 블렌딩을 잘못하면 '베이스가 세다 -> 그래서 미드랑 하이가 묻힌다'라는 답도없는 퀄을 자랑하는 기기들이 많다. 그런데 이어팟이나 에어팟은, 베이스를 꽉꽉 밀어넣으면서도 미드나 하이의 해상도가 죽지 않았다. 다만 처음엔 앞에 대놓고 튀어나온 베이스 때문에, 하이 사운드가 살짝 거리가 멀게 느껴질 뿐.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