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n Fossel 2020. 6. 16. 06:29

[자신을 소개하는 단어 - 양서류]

정체성과 관련해서 상반되는 두 가지 특징을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거나, 일부러 그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한 가지로 ‘전형적’이게 규정하거나 규정 당하는 것을 별로 재미 없어 한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1_도-농 교류 캐릭터

태어나서 살아온 건 거의 서울인데, 친가 시골이 가까워버려서(…) 자주 다닌다. 달에 두세번 정도. 그래서 도시에서 사귄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농’의 향기가 짙게 났다. 남들 킥보드 탈 때, 나는 주말에 시골에서 경운기랑 오토바이 끌고다니면서 심부름을 했다. 혹은 목장갑의 그립감이 자연스럽다거나, 낫질과 삽질에 익숙하다던가. 그리고 노친네들이랑 금방 말을 트고, 그들에게 얕은 예쁨을 쉽게 받는 스킬엔 도가 텄다.

반면 도시 머스마스러운 부분을 강하게 느끼는 친구들도 있다. 옷 입고 말하는 게 가끔 의도와 다르게 냉랭하거나 기계적일 때가 있다. 혹은 최근 거의 10년을 학교 근처인 신촌-홍대에서 살다시피 하니, 이 요란한 동네에 적응돼서 어지간히 꼴사나운걸 봐도 눈하나 깜짝 안한다. 카페나 바에서 남녀 할것 없이 술을 퍼마시는 것보다는 몇 시간이고 복잡한 얘기로 수다를 떨거나 하는 걸 좋아한다. 혹은 인간에 대해 엄청 기대하면서도 철저하게 미리 실망해있는 점을 도시적인 인간이라고 느꼈다는 친구도 있다.

2_체제 순응적 - 반체제(…)적

학창시절 전체와 직장생활을 통틀어 사고를 친 일이 ‘거의’ 없다. 학교에서 복장 규정이든 해야할 일이든 이래라 저래라 하면, 굳이 개기지 않고 순순히 따라줬다. 그런 짜잘한 것으로 괜히 날을 세워봐야, 얻을 건 적고 나를 귀찮게 하는 족쇄만 늘어날 뿐이었으니까. 적당히 욕 안 먹을만큼 공부를 해주고, 사소한 것들을 하라는 대로 하면 나머지는 내 시간이었다.

나는 그 때, 더 큰 사고를 쳤다. 집에다가는 대놓고 ‘나 과외할거라 야자 안한다고 담임한테 말좀 해줘’라고 요청을 해놓고는, 그 모든 평일에 밴드 연습을 두드리거나 대학생 여자친구를 만나러 다녔다. 물론, 나중엔 부모와 담임도 내가 뭘 하고 다니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저런 짜잘한 조건들을 맞춰주니, 딱히 뭐라 하기도 애매하고 귀찮아서 냅뒀단다.

그 외, 나를 이루고 있는 정체성 대부분은 꽤나 진부할정도의 다수의, 정상의, 일반의 그런것이다. 그게 싫다거나 억지로 그렇게 된 건 아니고, 내 성격의 일부는 그런 정체성을 이루기에 적합할정도로 계산적이다. 성적 정체성, 그런(…)군대, 그런 학력과 커리어 등등. 사실 이런 것들은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획득하게 된 경우가 많다. 물론 성취를 위한 노가다는 필요했지만, 별로 ‘전향적인’ 사고의 전환 같은 노력은 필요 없었다는 것.

그래서, 일부러 내 발밑과 상식을 깨는 생각이나 행동을 항상 염두에 두거나 꿈꾼다. 그게 나를 건강하게 만들고, 나의 한계라는 지평을 넓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러 성소수자, 인종차별 등등의 이슈에 귀를 기울인다던가, 남들이 잘 모를법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연주한다던가, 한달에 하루이틀은 옷이나 신발을 신기하게 걸치고 돌아다닌다던가.

200615, 오늘의 살롱 - 주제 : 자신을 소개하는 단어, 양서류, 네온(N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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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왜자꾸 물어봐... ㅡ.ㅡ 다릉거 다릉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