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something
옆자리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흡연자가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미친놈들.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고, 손으로 얼굴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안 걸리는걸. 그거 피하려고 담배를 물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도 않을만큼 코로나 예방력을 미세하게 올리는 대신 수십가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확률을 수십 퍼센트에서 몇 배는 넘을 정도로 증가시키겠다는 건가. 사람은 머리가 있으면 생각과 계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코로나 핑계로 담배를 물 생각이 있으면, 평소에 마스크를 덴탈입네 어쩌네 하는 것 말고 94짜리를 코까지 확실하게 쓰는 성의나 챙기라고 하고 싶다.
자주는 아닌데, 가끔 5분 전까지 좀이따 약속시간에 보자던 지인들이 ‘자기 동네, 혹은 직장 근처에 방금 확진자 알림이 떠서 집콕해야겠다’라고 수선을 떨며 갑자기 약속을 드랍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이시국에 조심하겠다는 사람들한테 뭐라 할 수는 없어서 그냥 그런갑다 하긴 한다. 근데 사실 이해 안 되는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어차피 출퇴근이든 약속이든, 평소에 일단 집밖에 나와서 대중교통을 탄다는 건, 통계나 언론에서 확인되지 않은 확진자까지 포함해서 어떻게든 직간접적으로 그들에게 노출된 환경에 이미 발을 들여놓았다는 거다. 그게 내 집이나 직장 근처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기존에 비해 더 달라질 건 없다. 이미 통계에 잡히고 네트워크에서 떠들정도라면, 적어도 2-3일 전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그 근처를 출퇴근하고 놀러다녔을 그 때 이미 같은 공간을 스쳤다는 의미니까. 차라리 지금은 안전하다. 이미 동선까지 공개된 그 확진자는 지금 격리됐을 거고, 거기를 지나쳐왔던 당신도 그 2-3일 내에 개인방역으로 잘 틀어막고, 사후에 어딘가에서 수십 번씩 잘 씻어내서 안 걸렸다는 거니까.
둘 중 한가지를 확실하게 하라는 말이다. 아예 접촉 자체의 가능성을 정말 차단하고 싶은 거라면, 확진자 알림이 집이나 직장근처 어디서 뜨던 말던 평소에 대중교통을 쓰지 말던가, 출퇴근이나 외출을 아예 안 하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 어차피 피치 못하게 출퇴근을 하고, 약속을 이유로 외출을 종종 하는 편이라면, 확진자 알림이 어디서 뜨던 평소와 사실상 실질적, 확률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으니 괜히 부산떨 것 없다는 말. 하던대로 개인방역에 신경쓰면 된다.
난 그래서 해외여행이나, 기타 사람이 떼로 몰리는 데를 일부러 가는 것만 피하고, 나머지 일상은 그냥 마스크와 손씻기를 똑바로 하는 선에서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다. 재난알림은 귀찮다. 어차피 코로나가 백신 혹은 자연적으로 박멸된 게 아니라면, 그 전에는 내 개인 차원의 행동으로 환원했을 때 조심해야 되는 건 항상 똑같다. 재난알림을 막아버린지 두 달 째다. ‘코로나가 끝났습니다.’를 듣기 전에는 변하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