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결계
200627, 오늘의 살롱 - 주제 :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 제목 : 시간의 결계, 네온(Neon)
제목 : 시간의 결계
나를 제외한 세상을 잠시 그대로 멈춰놓고, 내 속도와 리듬대로 천천히 느끼며 생각하는 시간이다. 평소 말이나 글을 즉흥적으로 빠르게 찍어내고 받아치는 편인데, 의외로 책을 읽거나 만화를 보는 속도는 굉장히 느리다. 그래서 낮시간동안 내가 반쯤은 프로그래밍된 행동처럼 반응했던 내 행동과 말들이 과연 어떤 맥락에서 왜 그랬으며, 그래서 내 주변은 그로 인해 어떻게 변했을지, 나 스스로를 원래의 습관대로 천천히 읽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편, 밤은 선별적인 의도와 의지에 의해서만 접촉 가능한 대상들의 시간이다. 낮시간은 모두가 깨어있다고 전제되고, 그 말인 즉 별다른 의도와 의지가 없어도 접촉 가능한 상태에 강제로 놓인다. 그래서 일을 핑계로, 심심함을 핑계로,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별 시덥잖은 접촉이 소음처럼 바글거린다. 그런데, 밤은 그렇지 않다. 깨어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타인의 그 고요를 서로 깨면서까지 접촉한다는 건, 굳이 야심한 시각의 ‘애정’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식으로든 ‘확실한 용건’이라는 게 있다는 거니까.
그리고 밤에 그냥 안 자는게 군대나 연애, 일 등 몇몇 계기로 자의반 타의반 습관이 되기도 했다. 조용해서 내 마음대로 센치해져도 되는 여유가 있는 게 좋기도 하고. 생각이나 감상을 쫓기듯 하지 않아도 되고, 방해받지 않아도 되니까. 굳이 그 혼자 있을 시간을 누군가와 소통하거나 함께한다면, 그건 내가 그만큼 좋아하는 대상이나 시간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