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ythmic Turbulence
일밤-월아침부터 이게 웬 바운스람. 나온지 한참 된 노래를 또 이제야 알게 됐다. 이런 장르를 몰랐던 건 아니지만, 딱히 챙겨듣는 '시작'을 못 했었는데. 다행이다. 좋아. 적당할만큼 멋부리고, 불필요하게 복잡하진 않고, 놀기 편한 비트와 화성. 굳이 코드의 root walking을 다 따라가면 한 마디에 두 코드씩, 그걸 관통하는 스케일로 환산하면 한 스케일만 걸어놓고 원하는대로 기타, 키보드(or 신디사이저)를 비비면서 놀 수 있는 구성이다. 목소리의 질감과 리듬감이 좋다. 가사는 들리든 안 들리든 상관없다. 상관없는 건 내용을 흘리고 관악기처럼 듣고, 들렸을 때 좋은 몇 마디는 그 나름대로 발자국을 꾹꾹 밟아 남기듯 꼭꼭 씹어서 듣기도 하고. 근데 딕션 되게 좋네. 피처링 하는 사람들까지도. 아암. 말은 똑바로 해야지.
그래서 일하려고 앉았다가 냅다 베이스랑 기타를 꺼내서 음원 속의 소리들이랑 잼을 하고 놀았다(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그 놀다 말고 노는 것에 대해 글쓰는 중이고, 뭐지 이 인셉션 같은 서술은). 어제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등이 쨍그랑 깨지는 것 같고, 머리는 낮밤이 이틀 간격으로 뒤바뀌어서 잠이 안 깨고 있었는데. 효과도 없이 습관적으로 들이붓는 블랙커피보다 훨씬 더 좋은 웜업을 노래듣기랑 그 노래와 잼하기로 하고있다. 시작이 나쁘지 않은만큼, 오늘도 제발 성에 찰 정도로 아웃풋을 뽑아보자 머리야. 중간에 답답하게 뻑나지 말고 제발.
연속재생이 벌써 30번째는 되는 것 같다. 3분짜리 30번이면 90분 전에 일어난 건데. 아 너무 일찍 일어났네. 자는 시간은 늦고 짧아도 규칙적으로 늦고 짧았는데, 며칠 불규칙하고 짧게 자니까 몸이 상한다. 그래도 잼하니까 좋다. 마치 운동중독자 aka 헬창들이 새벽에 조깅하고 나면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이런걸까. 물론 이 잼보다 좀 더, 좀 많이 좋고 효과적인 건 모닝섹스다. 그거야말로 레알 1:1로 하는 잼이지. 피차의 가장 좋은 악기를 가지고 하는.
우원재 - 시차(We Are)
https://www.youtube.com/watch?v=RsHq6Q-7NsU
Jam ; 즉흥 합주.
미리 약속된 어떤 것도 없이 훅훅 치고들어온다. 주변의 무드가, 다른 악기나 플레이어의 밑도 끝도 없는 제안도 드립도 뭣도 아닌 도발이. '이것도 어울리게 칠 수 있나?, 이것도 받아낼 수 있나?'. 같이 어울려 놀듯, 또는 격투기 링 안에서 스파링을 하듯.
일할때나 사람들과 관계할 때도 비슷하다.
나와 전혀 상관없거나, 나를 배려하지 않고 들어오는 신호들. 그걸 그냥 튕겨내거나 쳐내기만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내가 좋아하는 원래의 리듬, 내가 잘 하는 리듬, 내가 이해한 그 신호의 리듬으로 타고 놀아야 해. 그래야 같이 버무려지며, 서로가 서로의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올라서 놀 수 있다. 단순히 따라 치거나, 쌈질하며 경쟁하는 걸로는 나도 나 자체로 즐거울 수 없고, 심지어 상대나 주변을 이기지도 못한다. 버티는 게 아니라 내 리듬대로 심지어 놀아버릴 때, 역으로 나도 리드나 선빵이 가능하다. '이건 어때?', '이렇게 놀아보자', '못 받아내면 꺼져', '쫄리면 뒤지시던가', '근데 설마 그정도로 빌빌거리는 건 아니지? 아닐거라 믿어', '역시 쓸만하군. 재밌는 놈이네'.
Jam은, 그래서
'Rhyth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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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bulence]
어쩌다 뿽-키하게 색칠한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