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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어택

Neon Fossel 2020. 8. 13. 05:10

집 뒤는 공원이 쭉 이어지다가 그린벨트가 펼쳐진다. 그래서 다른 아파트에 가려지질 않으니 전망이 좋은 편이다. 당연히, 초록초록한 풀과 나무들이 많고 잘 보인다. 여기까진 좋다. 문제는 여름이다. 매미들이 울기 시작하면, 내 방 창문을 통해 소리 파동 공격이 들어온다. 창문쪽인 오른쪽 귀가 먹먹해질정도로 매미 소리가 크게 들린다. 어느 청아한 시골의 그런 매앰, 매앰 소리와는 다르다. 매!!!!애ㅐㅐㅐㅐㅁㅁ!!!!!!! 대충 수백-수천마리는 되나보다. 원치않더라도 소리를 예민하게 들으니, 안 그래도 심난한 요즘은 뻑하면 짜증을 내기 일쑤다. 그래도 최근은 아예 에어컨을 틀고 창문을 닫아버리니 거의 모르고 살게 됐다.

 

그러다 며칠전 모처럼 퇴근이 빨라서 초저녁에 귀가하는데, 문제의 매미소리를 또 듣게 됐다. 낮에만 우는줄 알았더니, 얘네들도 초저녁까진 영업을 하나보다. 또다시 에어팟을 뚫고 귀청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찌푸리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쟤네는 땅이나 나무 속에서 몇년을 있다가, 나와서 며칠동안만 저렇게 구애행동을 해야한단다.

 

어…? 그정도면 이해해줘야되는 것 아닌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는 거 아냐. 물론 그걸 이해해주려는 마음의 도량이 살짝 넓어졌다해서 그 소리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는 거 아냐.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는 거 아냐.

 

맴맴, 맴돌게 된 말. 이미 한참 전부터 맴돌다가 발견된 말. 이제서야 확정적으로, 명시적으로 묘사된 말.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는 거 아냐.

 

그래도 매미 너네는 너무 시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