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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스크랩_ 그 바다의 짐승놈

Neon Fossel 2020. 9. 6. 21:20

기껏 해봐야 무잠수 스노클링인데 왜 굳이 전신수영복(혹은 잠수복)을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싫은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온 몸에 고무장갑을 끼는 것 같아서, 가끔 팔이나 다리에 털이 뽑히거나 부러지면 너무 아프다. 둘째, 온 몸을 덮는 시커먼 수영복을 입으면, 항상 같은 복장으로 당했던 끔찍한 기억들이 트라우마처럼 올라와서 언짢다.

 

그래도 버킷리스트라니 어쩔수없지.

 

각자 옷을 갈아입고 보트에 탔다. 어딘가 이상하게 쳐다보는게 느껴진다. 항상 놀리면 째려보거나 산적같은 아저씨라면서 눈을 흘기는 게 다였는데.

 

겨드랑이에 살이 쪘나, 니플이 튀어나왔나(근데 이정도로 쫀쫀하게 붙는 수영복은 그걸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배가 나왔나(그럴리도 딱히 없는데), 혹시 아래가 너무 튀어나왔나(시즈모드 아닐때는 오히려 너무 격차가 크도록 작은게 흠이라 그럴리도 없는데, 쓸데없이 생활편의적인 기능). 이유를 모르겠다. 어차피 불만있으면 즉각 팩폭하는 편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알아서 술술 불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나게 물을 퍼먹고 퍼먹이다가 나왔다.

 

앙칼진 성깔머리완 다르게 유리몸인 걸 뻔히 안다. 분명히 녹초가 돼서 휘청거릴 것 같았다. 나오자마자 멀쩡한지 확인하려고 쳐다봤다. 머리가 젖어서 미역처럼 붙으니까 한층 더 못생겼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쳐다보는데, 역시나 예상을 깨는 소리가 입에서 나온다.

 

“왜 그렇게 사람을 ‘야려'?”

 

“너 평소에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거 다른사람들이 알면 진짜 꿀잼일텐데”

 

“근데 눈이 신기하다. 왜, 어떻게, 해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거지?”

 

“해가 뜨나 달이 뜨나 놓치지 않고 볼 게 많아서 일부러 배운거다, 왜.”

 

“어떻게 하는 건데?”

 

“안 가르쳐줘.”

 

“아 좀 알려줘.”

 

“일부러 해를 안 보려고 하면, 눈이 적응하는 게 느려서 안 돼. 차라리 해보다 살짝 아래쪽 하늘을 째려보면서 눈을 빨리 적응시키면 별로 안 불편하게 해를 정면으로 볼 수 있어. 근데 눈이 뭐가 이상한데?, 눈도 또 아저씨 눈이냐. 몇살차이난다고 입만 열면 아저씨야"

 

“아니 눈동자가 무슨 표범이나 사자눈 같아. 해를 정면으로 보니까 그게 너무 잘 보여서 좀 놀랐음.”

 

“근데 아까부터 자꾸 기분나쁘게 남의 몸 여기저기를 이상하고 묘하게 불쾌한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불만 있으면 말로 할래 좀. 알다시피 난 클리어하게 말로 하는 거 좋아하는데. 마음의 준비는 됐으니까 한 번 말해봐.”

 

“응? 응… 아니 뭐 불만은 아니고, 좀 낯설어서.”

 

“이제 하다하다 낯설다는 표현까지 써서 까네. 평생 먹을 욕이랑 장난은 너한테 다 당하는듯?”

 

“아니 그게 아니라, 원래도 좀 보이긴 했는데… 몸이 되게 공격적으로 생겼네. 꼭 무슨 선수나 교관처럼 생겨서 이상해. 어깨도 날카로우면서 넓고, 가슴도 무슨 지가 캡틴아메리카도 아니고 빵빵 튀어나온게, 다리는 길쭉해가지고. 무서워, 몰라 아저씨같아"

 

“... 살면서 민간인 쳐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왜또 정치질이지. 그래서 어쩌라고"

 

“아니 뭐 어쩌라는건 아니고"

 

“...?”




“근데, 앞으로 붙는 옷 입고다니지 마. 그리고 나 걷기 힘드니까 팔좀 줘.”

 

“작업이 체계적이네.”

 

“우리 차 놓고 술마시고 갈까?”

 

“어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