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idexterous
양손잡이이다. 사실 엄연한 의미에서 그렇진 못하다. 내 나름의 엄격한 기준으로는, 모든 일을 양손으로 똑같이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어떤 건 양손이 다 가능하고, 어떤 건 왼손이나 오른손만 가능하다. 이게 왔다갔다한다는 게 웃긴다.
글쓰기 - 오른손, 그림그리기 - 양손(어차피 둘 다 못그린다), 운전 - 왼손, 수저질 - 양손, 농구 - 왼손, 야구 - 오른손, 당구 - 양손, 칼/가위 - 양손, 손잡이 잡을 때 - 왼손
이런식이다보니, 처음 해보는 건 내가 무슨 손으로 해야 더 잘할지 모른다. 그래서 양손 다 해봐야, 좀 더 익숙한 쪽을 랜덤으로(...) 알게 된다. 혹은 저 활동들 중에 농구나 당구처럼 띄엄띄엄 몇년만에 하게 되는 것들은, 내가 무슨 손이 메인이었는지 까먹어서 다시 한번씩 해봐야 알 수 있다거나.
완전히 어릴 땐, 그냥 왼손잡이였단다. 그러다 시골에서 명절 때 다같이 둘러 앉아 식사할 때 자꾸 손이 부딪치니까, 그때의 어른들이 으레 그렇듯 수저질이랑 글씨쓰는 걸 오른손으로 바꿔주라고 부모님이 참견을 들었더랬다. 그 뒤에 다른 것은 애초에 별로 건드리지도 않는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강요하거나 가르치진 않았다. 대신 저 글쓰기와 수저질을 억지로 오른쪽으로 바꾸면서, 말을 더듬게 됐다. 어쩌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애들 손을 억지로 바꾸면 말을 더듬는다는 걸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내 얘기였다. 이때 더듬게 된 습관은 지금도 고쳐지지 않았다. 충격적이게도.
말이 많고 별로 끊기지 않아서, 사람들은 잘 못 알아챈다. 근데 나는 말을 더듬는다. 특정 조건에서만. 한 단어나 연속된 발음 안에 같은 자음이 여러번 겹칠때 발음이 잘 안 된다. 확률론, 라라리릴라(?) 등등. 거의 ‘ㄹ' 발음이 문제다. 그래서 말을 하거나 글을 소리내어 읽을 때, ‘ㄹ'을 겹쳐서 발음할 게 미리 예상되면 긴장을 한다. 그리고 일부러 그 부분은 조금 천천히 느려빼듯 발음해서 위기를 넘긴다. 아니면 다른 단어로 대체해버리거나.
농구는 왼손잡이라서, 대부분 오른손잡이인 상대편 수비가 블록 하기 까다롭다는 장점이 있었다. 식기도구는 양손을 쓰니까, 복잡한 조리를 할 때 편하다. 수저질이 양손으로 되는 건 다행이다. 부모는 억지로 오른손잡이로 만들고 싶었지만, 수저질의 왼손은 잊지 않았나보다. 왼손으로 수저를 쓸 수 있으면, 같이 밥 먹을 때 내 오른손이 옆에 앉은 상대의 왼손을 잡고 도란도란 꽁냥꽁냥 할 수 있어서 좋다. 이런게 멀티플레이지. 그리고 가끔 왼손잡이이거나 양손잡이인 걸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을 놀래키는 재미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음식도 왼쪽으로 좀 씹어볼까 하는데, 아직은 불안하다. 이제 슬슬 아물기 시작한지 이틀째인데, 이러다 내가 내 살 또 씹을 것 같아. 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