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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밤

Neon Fossel 2020. 12. 31. 04:44

익히 알고있던 지점에서, 하지만 이정도는 아닐거라 생각한 지점에서 스스로의 바닥을 쳤다. 바닥을 쳤다는 표현도 과하다. 암반과 내핵까지 뚫고 지하로 꺼져버렸다. 내가 나한테 놀랐고, 처참했다.

지쳐서 너덜너덜해지고, 아까의 순간들이 수없이 리플레이된다. 그럴수록 뭘 어떻게 되돌릴지, 부서진 곳을 어떻게 손쓸수나 있을지 방법을 알 수 없다. 그저 아득할 뿐.

외롭고 답답하다. 외롭다. 이걸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어쩌면, 이걸 말하고 싶은 다른 사람이 딱히 없는지도.

철저히 혼자일 수밖에 없는 건가. 잔혹하다.

스스로 뚫어버린 바닥으로 한없이 꺼져서 옆은 어둡고, 위를 바라보는데, 아무것도 없다. 심해 7km 지점부터는 무려 빛도 닿지 못하는 어둠이랬는데.

물리적으로 머리위를 봤다. 보름달이 휘영청. 맑고도 진하게 밝은 빛이 대낮처럼 내리쬔다. 달빛은 역설적이게도 물리적으로는 한없이 충분하도록 넘치고 가깝다.

차마, 그랬다. 흠결없고 지치지도 않을 사람이고 싶어서. 차마, 그랬다. 그랬더니 한없이 외롭다. 무섭도록 혼자이다. 1초보다 네 배는 촘촘하도록, 그런 긴 밤이 맞바람처럼 억세게 지나간다.

차라리 다가오는 출근과 회의가 다행인가. ‘일이나 해야지’가 되는 것도, 일이란 걸 할 수 있을 상태에서나 가능한 환기이다. 그래도 일은 할 수 있어야 할 거다.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