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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6-7 이제 개꿈은 팟플도 한다

Neon Fossel 2021. 7. 27. 18:23

고등학교때 선진이가 있었다. 얘는 뭐랄까, 눈은 엄청 큰데 얼굴은 약간 둥글넙적하고 체형은 정말 너무 크거나 작지도 않은 딱 그냥 고딩. 무색무취하지만 항상 명랑하며 에너지 넘치고, 만화에 나오는 그런 듬직하고 우직한 성격의 조연급 캐릭터였다. 1학년 때 같은 반에서 날 보자마자 잘 알지도 못하는데 나를 그냥 ‘반장!’이라고 불렀다. 얘가 반장이라고 불러서 나는 결국 반장이 됐다. 그 이후로도 졸업할 때까지 내 이름을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냥 항상 ‘반장!’. 어차피 항상 어딘가의 반장이었으니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고. 정말 NPC의 역할에 충실한 그런 애였다. 친하기도 한데, 서로 딱히 깊이 알진 못하고, 근데 뭐 물어보거나 도움 주고받을땐 편하고. 스무살 넘어 대학을 서로 다른데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근데 오늘 꿈에 대뜸 등장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 안에 있었는지, 거기서 뭘 하거나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근데 걔가 그런 대사를 했다.

“니가 나한테 작업을 건다고? 너무 웃기지 않아?”

으익#$@%@)*&*(^&&*()

당시에나 지금이나 상상해본적도 없으므로 실현가능성 역시 제로인 이 쌩뚱맞음에 너무 놀라서 깼다. 깨보니 새벽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고 잤는데, 해가 미친듯이 들어오면서 매미소리가 귀를 찢는다. 창문 뒤에 다른 아파트나 건물이 없이 공원이랑 산으로 탁 트여있는 건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어지간한 알람시계보다 빡센 데시벨로 고막을 찢는다. 저기다가 싹다 살충제를 뿌릴수도 없고 어우… 그래. 쟤네도 뭐 7년인가 17년인가 고치에 쳐박혀있다가 죽기전에 딱 며칠 ㅍㅍㅅㅅ하겠다고 저러는 거라며. 그정도는 참아줘야지; ㅇㅈ; 블자노예들 카톡방에 어이없는 꿈얘기를 하려고 카톡을 켰는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미 10분쯤 전부터 누군가 내 꿈얘기를 하고 있던 것.

범인은 절친 동기놈이었다.

“야, 나 꿈에 한재윤 나왔는데, 바다에 막 뛰어들어서 생갈치를 뜯어먹는거야. 무슨 베어그릴스 처럼”.

이건 또 무슨 병…

바다는 보거나 아예 빠져서 노는것만 좋아한다. 거기서 나오는 해산물은 일관되게 다 싫어하는 편인데. 그런 내가 무려 ‘생’갈치를(…) 뜯어먹었다고. 저건 둘중에 하나다. 쟤 의식속에서 내가 엄청난 일탈을 할거라 생각했다던가, 혹은 내가 싫어하는 어떤걸 무진장 하게만들고 싶을만큼 내가 맘에 안 든다던가. ‘내가 너한테 요새 뭐 잘못했냐’ 등등부터 따지고 놀다가 대충 ㅋㅋ 몇개 치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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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업로드 시간이 제멋대로다. 어젠 이때쯤 이미 끝나고 퇴근했는데, 오늘은 끝이 아니라 붕 뜬 것 같은 각이다. 제발,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