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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이데아

Neon Fossel 2021. 8. 10. 21:10

그럼 음악은?

음악의 이데아는 뭘까. 사실 음악은 여러 이데아를 불러오는 플랫폼이자 수단인 것 같다. 스팀?앱스토어?쯤. 결국은 개별적인 어떤 느낌이나 장면들이 이데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에 대한 호불호가 굉장히 극심한 편이다. 노래를 고를 때, 어떤 노래는 틀자마자 3초만에 바로 리스트에 꽂아버리며 우쭈쭈해버리는 반면, 어떤 노래는 2초만에 알차고 푸짐한 욕과 감상평까지 박아가며 제껴버리기도 한다. 물론 좀 장고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혹은 애매해서 일단 넣었지만 버리긴 아까우니 리스트에 자리만 차지한채로 자꾸 제끼기만 하다가 며칠-몇달쯤 뒤에 버리는 것도 있다. 그럼 내가 ‘아 이거다!’하고 느끼는 그건 뭘까. 그런 몇몇까지 특징이나 맛, 멋이 이데아라고 생각된다. 난 노래가 주는 쫄깃한 텐션과 세련미, 비장미, 멋있게 짖궂은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대충 보면 텐션이라니까 비트만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세련-비장-멋짐 이런거니까 시끄럽고 화려한 노래만 그럴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런 감각이나 장면을 끌어내는 요소와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특히 멜로디와 하모니 등의 음계와 톤의 질감이 주는 텐션은 비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강하다. 아는 사람은 알 것. 아 이런거 모르는 사람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노래 읽는 글 이런거 해보려고 했는데 진짜 항상 머리를 맴도는 숙원사업이지만 엄두가 안 난다. 한 3초짜리 한마디 반 정도 분량에 할 말이 너무 많거든. 그걸 최소 200초씩은 되는 노래들에 어떻게 해.

그래서 어떻다고

취미로 좋아하는 음악을 할 땐 오히려 단독공연보다 앞뒤에 한두밴드씩 끼고 공연한 적이 많다보니 음악을 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가 공연자이자 관객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티켓수입은 들쭉날쭉이라 보장이 되지 않았고, 그럼에도 일단은 먼저 들이부어야 할 대관료가 너무 (쳐)비쌌고, 우린 가난하다기엔 배부르지만 그럴 돈까지는 넉넉지 않은 대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무튼 그렇게 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끼리 남이 만든 음악을 듣다가 감탄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때의 반응은 스포츠나 생활의 달인을 보면서 ‘우와 저걸 어떻게 해내는 거지!’라는 기능적이거나 성능적인 뛰어남에 감탄하는 거랑은 좀 뉘앙스가 다르다. 좀 생뚱맞지만 ‘반가움’에 더 가깝다. [키야아… 저걸 어떻게 찾아냈지].

바로 이 느낌 때문이다. 잘 만든 노래를 들으면, 잘 ‘만들’었다가 아니라, 잘 ‘찾아왔’다고 느낀다. 뭔가를 어디서 찾고 꺼내왔다는 느낌이 드는 거. 그래서 음악은 그런 수많은 이데아들을 찾아서 현실세계로 끌어내려 재현하는 행동이지 않을까. 그래서 예를 들면 ‘슬픔’이라는 어떤 하나의 이데아를 재현하는 것도 그 방법은 여러 장르, 수많은 곡으로 다양할 수 있는 거고. 각각은 접근방식과 이데아에 얼마나 근접한지의 정도가 당연히 다 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