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던 것_굿닥터_210814
미드 굿닥터.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있는 어린 의사가 ‘정상인’이라던 주변 의사와 인물들을 참교육하는 병원 히어로물이다. 사실 그레이 아나토미 하나만으로도 15시즌이 넘어가는 그 미드를 무려 열댓번을 넘게 돌려보면서 병원물은 이미 익숙해지고, 서당개가 10년을 읊으니 어지간한 의학용어도 약자가 아닌 영어 원어까지도 알아버릴 지경이다. 근데 의외로 한국 병원물은 잘 안 본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1_ 영어 원어로 의학용어를 대충은 알게되다보니, 한국 의사(를 연기한 배우)들의 약어나 원어 병명 등의 발음이 너무 구려서 거슬린다
2_ 어차피 미드도 똑같이 병원물=병원에서 연애질하고 섹스, 수사물=수사하면서 연애질하고 섹스, 법정물=재판하면서 연애질하고 섹스. 우주배경=우주에서 코스모-스럽게 연애질하고 섹스. 다 똑같다. 다만 차라리 걔네는 개그나 연애질, 섹스도 찐하고 발칙하게 하기라도 하니까, 뻔해도 보는 재미나 쫄깃함이라도 있지. 한드는 그만큼 발칙하거나 찐하지 못하다. 아직은 그놈의 유교갬성의 족쇄가 너무 심한게지.
무튼 굿닥터는 넷플릭스에 떠서 봤다. 재밌다. CG는 약간 점잖은 아재버전의 셜록같고, 주인공 캐릭터를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어거스트 러쉬의 그 꼬마였다. 반갑다. 물론 첫 3화정도까지 보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포맷이 파악되버리면서 얼개 자체는 좀 질리게 된다. 멀쩡한 의사 동료나 상관들이 뻘짓을 한다 ->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주인공 의사가 통념이나 위계질서 개무시하고 어떻게든 해결한다 -> 영웅이 된다 -> 주변인물들은 우러러보거나 오히려 이를 갈고 싫어한다 -> 괴롭힌다 -> 그래도 케이스는 잘 해결한다 -> 또다시 우러러보거나 샘내고 괴롭힌다 의 반복. 매번 갑자기 쓰러지거나 실려오는 환자의 케이스만 달라지겠지. 그래서 차라리 전체적인 포맷이나 스토리를 보기보단 주인공이 소위 말하는 우리같은 ‘정상인’들과 대화하는 하나 하나의 씬들을 집중해서 보는 게 좋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여겨왔던 사회의 수많은 어색하고 웃긴 부분들. 그게 켜켜히 쌓이고, 매번 게으름으로 물러나거나 대충 넘어갔던 것들이 사실은 바닥부터 다시 생각해보면 ‘정상’이 아니라 얼마나 이상한 것일 수 있었는지.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는 무려 ‘한드’가 원작이다. ABC가 그 판권을 사다가 다시 만든게 거기서 대박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