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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과 귀금속_01

Neon Fossel 2021. 8. 16. 13:36

한번도 앱등과 삼엽(ㅊ…)을 비교하거나 그 자체에 대해서 써본 적이 없다. 근데 최근에는 이런저런 글에 부분적으로 꽤나 자주 등장하며 묻어나기도 했던 것 같다. 제대로 쓰려고 미뤄두고 있다가 이대로는 여기저기 한두마디씩 묻어나오면서 완결될 글로 쓸거리가 다 떨어지겠다 싶어서 오늘에서야 쓴다.

나는 끔찍한 삼엽충 혹은 갤충이었다. 대학시절과 유학, 그리고 다시 복학해서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까지 소문난 삼엽충이었다. 그때도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전-혀 좋아하진 않았다. 기업 이미지도 별로고. 그래서 브랜드 충성도가 우선해서 모든 제품을 맞춰 산 건 아니었다. 다만 개별 제품중에 괜찮은 걸 고르다보니, 어쩌다보니 다 삼성(갤럭시)이었다.

이때는 제품을 고를 때 우선 애플은 제끼고 봤다. 말로만 어렴풋이 들었던 그 ‘폐쇄성’ 때문이었다. PC, 랩탑, 태블릿, 폰 등 내가 밀접하게 쓰는 물건들의 OS나 디렉토리에 직접 접근, 수정할 수 없다는 건 큰 거부감이 드는 문제였다. 싸지도 않고, 내가 자주 써야하는 제품을 내가 온전히 속속들이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그 기분. 게다가 한국 환경과의 호환성도 젬병이라니 한국에서 애플을 쓴다는 건 힙스터질 하나를 얻고 모든 편의성을 쓰레기통에 쳐박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본으로 애플을 제끼고 나면 나머지는 한국과 중국 제품들이 다였다. 중국 제품은 그 다음 순서로 바로 걸렀다. 푼돈 아끼자고 샤오미나 화웨이같은 제품들을 쓰고싶진 않았다. 쓰다가 불안할정도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퀄리티가 왔다갔다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럼 결국 한국 내에서 비교한다. 핸드폰은 그나마 학창시절엔 SKY(베가,펜텍)에 충성도가 있었는데, 고등학교때까지 슬라이드폰을 잘만 쓰다가 대학 입학하고 군대 다녀오는 사이 회사가 망해버렸다. 어차피 삼성 아니면 엘지다. 엘지는 일단 이미지든 성능이든 콩이라서 싫다. 게다가 발열, 성능부족, 서비스 불친절이라는 이 3D는 제품과 플랫폼을 막론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따라다니는 고질병이었다. 안 그래도 콩인데, 심지어 구린 제품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름값 때문에 삼성보다 그닥 싸지도 않았으니까. 제정신이라면 마지막 남은 삼성을 고르는 수밖에 없었다.

갤탭을 사서 정말 아예 종이가 없이 대학 내내 살았다. 폰은 다행히 2학년이었던 전역 직후까지는 베가가 남아있어서 베가 LTE를 썼었다. 그러다 마침 배터리 수명이 골로 가고 느려져서 사용이 불가능할지경쯤 되었을 때 예쁜 여자애랑 같이 버스 타고 집에 오다가 놓고 내리면서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때쯤 그 회사는 망해가는 와중에 베가 레이서를 무려 2까지 냈지만, 망할 회사의 폰을 굳이 그 돈주고 사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스카이, 베가 브랜드는 지금까지도 추억과 호감이다. 베가야 아프지 마. 그래서 폰도 위와 같은 알고리즘을 거쳐 처음으로 삼성껄 쓴 게 갤3이다.

그러다 유학을 가면서 데스크탑을 들고갈순 없으니 랩탑을 샀다. 역시나 같은 이유로 삼성 노트북중에 당시 제일 비싸다는 120만원짜리를 질렀다. 찌질하게 스펙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다 되는거면 되잖아. 그렇게 합쳐놓고 보니 다 삼성이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삼엽충이나 갤충이라고 불려도 반박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런 아이덴티티가 부여된것에 저항하다가(나한테 더럽게 삼성이랑 이재용 묻히지 마라), 괜히 주변에 있는 애꿎은 앱등이 셋을 놀리는 재미에 맛들이면서 그냥 받아들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