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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과 귀금속_04

Neon Fossel 2021. 8. 17. 01:55

그런데 다음날 아이폰6+골드64기가를 샀다(?). 앞서 말한 기준에는 심히 넘치는 폰이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렇다고 스펙을 타협하기엔 당시 아직 아이폰은 크냐/작냐의 선택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아이폰을 써보려고 한 거라서 다른 회사 폰들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렴풋한 기억으로 스펙을 적정수준으로 내리면 제조사 자체의 인지도나 개별 모델의 퀄리티 안정성 역시 좀 불안한 수준으로 떨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쿨구매. 비싸긴 드럽게 비싸네 진짜.

핸드폰이 딴딴한 쇠였다. 오 알루미늄. 텅텅 빈 느낌도 안 들고, 안에 있는 부품이나 겉에서 어떤것 하나도 덜컥거리지 않고 쫀쫀하게 붙어있으며 꽉 찬 느낌이다. 묵직하면서도 매끈한게 무슨 조약돌이나 보석을 쥐고 있는 것 같다. 계정을 만들고 이런저런 앱들을 깔아봤다. 화면 화질 짱좋다. 빠르게 돌아간다. 앱 폴더나 아이콘들이 줌인아웃으로 왔다 갔다 하는게 빠르고 우아해서 예쁘다. 텍스트를 복붙하거나 커서를 이동하려고 터치를 빡세게 해봤는데 반응성이 미쳤다. 이 작은 판떼기에서 이리도 촘촘하게 많은 대상들중에 내가 대충 어디쯤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콕 집어 아는 느낌.

홈키에 골드로 테두리가 같이 들어가서 고급지다. 스치기만해도 열릴 정도로 지문 인식률이 좋다. 아참 사진 찍어봐야지. 찰칵. 오오 엄청 디테일하게 화질 좋은데. 그와중에 빛깔이 뭔가 현장감을 살리면서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보고싶은’ 대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그러다 잠시 홈화면으로 돌아와서 벙쪘다. 뭐가 이렇게 심심하지? 뭐가 없는데? 아…ㅎ 안드로이드와 통신사 어플로 최소 12개가 넘게 도배되어있던 그만큼이 사라졌다. 휑 해.

그리고 알림창과 퀵메뉴를 위아래에서 끌어올려봤다. 어떤 앱을 실행하거나 어떤 앱에서 알림이 오더라도 배너나 알림창에서의 테마가 일관됐다. OS의 디자인 전체와 하드웨어의 분위기와도 꼭 맞는 UI 테마. 이렇게 디자인 테마가 전체를 꽉 쥐고 서로 꽉 맞게 짜맞춰진 쫀쫀한 통일성이 좋았다. 마치 간판마저도 디자인이 비슷해서 건물이 오히려 간판 때문에 예뻐보이는 외국 도시들 같다. 마침 얘기 나온 간판에 비유하자면 안드로이드의 UI전체와 각 앱들의 디자인, 혹은 알림 등은 각자 우리네 동네 앞의 그 한국 ‘상가’건물들 간판 같다. 색깔도 지멋대로, 폰트나 크기도 지멋대로, 위치랑 모양도 지멋대로, 그래서 테마도 지멋대로.

세상에 이런 카타르시스였단 말인가. 난 여태 뭘 놓치고 살았던 걸까. 아앗… 근데 한가지 불편한 걸 발견해버렸다. 내 손이 너무 크고 손가락이 두꺼워서(때때로 이게 므흣한 용도로 유용할 때가 있긴 한데 ㅎ) 무려 플러스로 샀는데도 자꾸 쿼티 자판으로 하는 타이핑이 틀려(…). 그래도 이거 하나 빼면 다 좋다. 아이 행복해.

눈이 떠진 걸까 눈이 멀어버린 걸까.
눈이 멀어도 좋아.
이제 네가 있으니.
(미친작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앱하다 추등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어쩔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