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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과 귀금속_06

Neon Fossel 2021. 8. 18. 19:36

하필 잡스의 시대가 지난 직후에 애플 기기에 입문하기도 했고, 애플 기기에 둘러싸여 산다는 지금도 애플의 과거 역사라던가 잡스의 생애를 줄줄 읊는다거나 하는 것은, 내용 자체를 모르진 않지만 별 관심이 없다. 차라리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애플의 주가 변동폭이나 시가총액 변화, 대략의 매출액과 영업이익규모 및 원가율, 유동성 보유량 등은 알고있다(…). 어차피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똑같다. 남김 없는 치열함 / 선택과 집중 / 남들과 다른 기발함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

그리고 가장 웃긴 공통점이 있다. 정작 그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제멋대로 제할일 하기에도 버겁고 빡빡해서 자기계발서로 남의 훈계를 듣거나, 누군가를 죽어라 따라 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성향이나 성격의 사람들은 그렇게 전형적으로 누군가를 답습한다는 게 가능하지도 않다. 또한 그렇게 답습했다면 독특하거나 특출 나다는 지금의 기록이 남을 수도 없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세계를 배우는 경영학을 전공하다보면, 좋든 싫든 주워듣기와 과제로 그런 전기 비슷한 매체를 수없이도 접한다. 그래서 저런 메시지가 케이스에 따라서 각각 다른 서순과 형용이라는 모양을 하고 있어도 그 핵심이 대동소이하다는 건 너무도 일찍부터 알 수밖에 없었다. 자기계발서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동시에 찍어내는 분야가 바로 그 전공 출신의 학생과 교수들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우리 대부분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섣불리 개인으로서도 완성된 인간으로 여기지만,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 굳이 반비례나 ‘음’의 상관관계라고 까지 말할 건 없고, 그냥 ‘상관관계가 없다’ 정도가 통계적으로 적확할 것이다. 애초에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잡스도 마찬가지다. 그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하도 괴상해서 주변인들이 기겁하다 못해 일부는 혐오할 지경이었고, 직장 상사로서는 정말 최악일 정도로 직설적인 폭언과 돌발행동, 모욕을 일삼는 사람이었다. 저런 사람이 매일 출근하는 내 직장의 직속상관, 팀장, 임원, CEO라고 상상해보라. 그럼 어떤 느낌인지 바로 감이 올 거다. 그는 그냥 핸드폰 기깔나게 만든 괴짜 아저씨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원래 숭배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인간에 대한 숭배는 더더욱 별로이다. 이 지점은 그나마 아직도 진성 코어 앱등이들과 구별된 채 남아있는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