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팩 푸슝_02
오늘, 목요일. 일정 알림은 며칠 전부터 해놓고도 정작 아침 알람은 땡겨서 안 맞춰놨다. 그래도 다행히 요즘 좀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7시 좀 넘어서 깼다. 날씨는 또 우중충하다. 요즘은 비가 오는 건 동남아의 스콜 같고, 평소에 우중충할 때는 맑은 날이 거의 없다는 유럽 같다.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간다더니 정말 그런 건가. 그래서 날이 흐린데도 딱히 시원하진 않고 오히려 끈적거린다. 땀 내기 싫으니 여유 있게 씻고 매우 천천히 걸어가야지. 아침은 별로 생각이 없었다. 회사에선 접종 당일과 다음날까지 쉬라고 했는데 정작 내가 놀라고 해도 못 노는 상황이다. 할 게 양적으로 많다기보다 질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굳이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어쨌든 원칙적으로 병가를 줄 테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혹시 몰라서 맥을 켜놨다. 오늘 맥 상태는 좋다. 요즘 전자기기들을 ‘휴동’하는 것을 도입했다. 이쪽 일을 안할 때도 그랬고, 하고 난 다음부터는 더더욱 PC를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를 거의 끄지 않고 살았다. 생각해보니 전자기기의 거의 모든 부분은 소모재인데, 전원을 켜놓은 그 순간 동안 무슨 활동을 하나 잘 생각해봤더니 굳이 켜져 있을 이유가 없는 일이 많았다. 요즘 고성능 제품들은 ‘쿨링’과 ‘스로틀링’, ‘발열’이 여전히 꽤 큰 이슈이다. 사용 중일 때야 당연히 쿨링 성능이 중요하겠지만, 가장 좋은 쿨링은 아예 발열이 시작되지도 않게 꺼놓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쯤 생각을 해봤다. 내가 안 끄면서도 안 쓰는 동안 내 데탑, 맥, 패드, 폰은 뭘 할까. 아주 가끔은 밤을 새우다시피 모니터링하면서 쪽잠을 잘 일이 종종 있다.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별로 할 일이 없이 내가 종료하는 걸 까먹은 프로그램들을 백그라운드에서 잔뜩 머금은 채로 전기만 축내고 + 각자 기기들의 전기전자/유지 관련 설비들을 소모하고 있었다. 의미 없는 감가가 발생. 그래서 각 기기별로 잘 안 쓰는 시간대에 한두 시간 - 길면 대여섯 시간씩 꺼놓기 시작했다. 꺼놓는 동안 식은 건 어차피 기분상 느껴지는바 말고는 지표를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대신 그렇게 껐다가 켜니까, 하루 종일 수십에서 백개가 넘어가는 프로세스를 쓰다가 그대로 너저분하게 내박쳐두는 것이 아니라 한번 싹 정리하고 끄게 된다. 그래서 매일 각 기기의 부팅도 빠르고, 쓸 때의 자원 낭비도 없이 빠르고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