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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_03
Neon Fossel
2021. 8. 28. 17:52
그러다 최근에 새로운 유형을 수집했다. 단톡방에서 동기들이랑 백신 예방접종을 가지고 일부러 오버해서 호들갑 떨거나 헛소리를 하면서 신나게 떠들 때였다. 평소엔 좀 개그캐릭인 애가 갑툭튀했다.
야야 난 그거 맞고 한 이틀은 열나고 뒤질뻔했는데
대충 다 괜찮더라
별일 없으니까 군소리 말고 그냥들 맞아라
1_ …?
2_ 사단장인줄 ㄷ
3_ 어으.. 젊꼰 스멜이 ㅋㅋㅋㅋ
4_ 우리 그냥 이러고 노능건데 ㅇㅅㅇ
5_ 꺼졍 틀내나
등등의 반응.
쟤도 일부러 젊꼰 코스프레를 하고 논 것 같긴 한데, 그것과 별개로 저기서 어떤 힌트를 얻었다. 저런 걸 ‘꼰대’라고 느끼는 포인트는 어딜까.
아재들한테는 ‘그냥 대충, 가볍게, 장난으로, 실없이’라는 여지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어디서나 쓸데없이 찐텐이라는 말. 그들에겐 항상 모든 게 ‘진짜’다. 혹은 눈치없음이랑도 어느 정도 비슷하긴 하다. 아재가 아닌 사람들은 그냥 그 커뮤니케이션 혹은 상호작용 자체를 즐긴다. 하지만 아재들은 대부분 정확히 필요에 의해 움직인다. 물론 본인들도 나름 웃자고 실없는 소리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매우 한정적이다. 게다가 그 상대 화자도 어차피 같은 계에 갇힌 아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소에 잘 안 한다는 소리. 그러다 보니 어쩌다 안 하던 우스갯소리를 하거나 개그를 치면, 안 웃긴 게 웃길 정도의 퀄리티가 나오는 거다. 잘 안 해본 지 오래됐으니까. 안 하던 짓을 하니까 잘 될 리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