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save the phenomena_02

앞선 링크의 예가 가장 전형적인 경우다. 사람들의 궁금증은 단순했다. 지구에서 관찰하기에 화성과 목성은 왜 가끔 기존 진행방향에서 거꾸로(빽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까? 당시의 세계관으로는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천체가 회전하기에, 직관적으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눈앞에 버젓이 일어나는 거였다.

이에 대하여 프톨레마이오스는 ‘신의 창조물인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어야 한다’라고 사람들이 믿는 그 ‘현상’을 구제하고 설명하길 원했다. 그래서 ‘주전원’이라는 불필요하고도 복잡한 가상의 장치까지 도입하여 천체의 역행 현상에 의미를 부여했다. 현상 구제라고 해서 아예 뜬구름 잡는 소설 같은 말로만 포장하는 게 아니다. 수학과 과학, 철학을 당연히 동원한다. 적어도 ‘그때까지의’ 버전 중에 최선으로.

코페르니쿠스는 달랐다. 코페르니쿠스 입장에서의 주전원은 지구가 중심이라는 저 ‘변치 않아야 할’ 사실 하나 때문에 나머지를 어거지로 비틀기 위한, 실재하지도 않는 대상이었다. 그보다는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 태양이 중심이라면?’ 지구가 중심이라는 건 ‘주장’ 일뿐 ‘사실’은 아니었다. 그래서 검증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그 기반의 자리를 바꾸거나 혹은 뒤집는 것을 선택했다.

이렇게 기반을 부수는 풍경은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아인슈타인도 똑같이 연출했다. 그가 부수거나 뒤집은 기반은 ‘시간의 절대성’ 이었다. 시간은 무조건 모든 관찰자와 지점에서 절대적으로 균일하다는 바로 그 생각. 유사 이래, 심지어 지금까지도 직관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낯선 느낌이다. 유일하게 절대적인 그 자리에 시간 대신에 빛을 놓았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이론 물리학(특수상대성, 일반상대성)은 그것을 실제로 구현할 기술력이 발전함에 따라 섬뜩하게도 실험으로 검증되고 있다.

현상 구제와 진리 추구. 이 둘은 각각이나 서로의 구도를 어떤 뉘앙스로 보냐에 따라 상당히 갈등적이기도, 상보적이기도 하다. 갈등적으로 보면 현상 구제는 그저 인민의 아편과도 비슷하게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헛소리나 지껄이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진리 추구는 사고방식의 근간을 위협하며 위험한 모험을 하는, 파괴 페티시가 있는 미친놈들 혹은 이상에 눈이 팔려 발밑을 보지 못하는 한심한 괴짜들 쯤으로 보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