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만 이상한가_03
일베충들은 원래 항상 어미에 ‘노’를 붙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가지고 저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끔찍하게도 잔인한 조롱을 일상적이고 가볍게 일삼는 그들 말이다. 정치적 성향과 선택의 존중은 차치하고서라도, 그것들은 이미 사람이 될 가능성을 상실했다. 그것 때문에 모든 말 끝에 ‘노’를 붙여서 마치 시체를 질질 끌고 다닌다는 의미로 지들끼리 쓰레기통에서 놀았었다. 그러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일반인인 척을 하고 사는 게 지치고 재미없으니까, 그들은 포스트나 댓글에서 눈치 보면서 슬슬 ‘노’를 붙여서 말해본다. 그러면 득달같이 ‘말뽄새 보니까 일베충 쓰레기 새낀데 그냥 좀 꺼져라’라는 정상인들의 댓글이 수십 개 달리면서 입틀막이 시전 된다. 어쩌다 동료를 찾게 될 가능성보다는 일베충인 게 까발려져서 당하는 게 더 큰 거지.
그래서 그들이 고안한 게 ㅗ만 ㅜ로 바꾸는 ‘누’였다. 뭔가 시골 할매 할배가 정겹게 말하는 어미 같기도 하고, 별로 거부감도 없고. 그래서 처음엔 그 ‘누’가 일베충들이 상대적으로 덜 극단적인 다른 커뮤니티에서 자기들끼리만 서로를 식별하는 식별자(아… 직업병 돋네 indicator ㅈㅅ)로 쓰였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대로, 그런 맥락이나 쓰임을 모르고 냅다 ‘요즘 애덜 말인가 보다, 나도 따라 써야 되나 보다’해서 따라서 소비하는 2-3차 소비자들은 별 거부감 없이 따라 썼다. 그래서 지금은 커뮤든 게임이든 일상이든, 텍스트가 됐든 육성이 됐든 ‘어떡하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엊그제 유튜브에서 지나치듯 본 어떤 회사의 ‘공식적인’ 컨텐츠에도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다.
말 자체는 없던 말도 아닌데 뭐 그렇게 발작이냐고 할수도 있다. 원래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우리가 알지도 못한 오래전부터 있던 말이더라도, 명백히 최근 더 많이 보이는 것에는 어떤 트리거가 된 현상이 있다. 그리고 거기엔 의도와 더러울지도 모르는 어떤 게 묻어있을지 모르는 거고. 그런 거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도대체 말하고 듣는 게 불편해서 어떻게 사냐 - 응. 나도 모든 걸 다 신경 쓰진 못한다. 그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일상생활은 가능할 만큼 덜 예민하다. 다만, 애초에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 ‘경거망동’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개]+[씨발]+[좆같네]+[단순줄임말] 이것만 가지고도 넘치는 감정과 대충의 편리함은 다 챙기면서 살 수 있다. 물론 그런 말이 용인될만한, 응당한 상황과 대상에 한정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