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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vl._03

Neon Fossel 2021. 10. 4. 00:47

아래는 예시다. 주로 기억나는 것 중에 제일 마일드하지만 좀 유치한 것들 위주로 썼는데, 앞 부분은 주로 저학년에게 고학년이, 뒷부분은 고학년끼리 배틀에서 나오는 대사들로 전체적인 순서가 흘러간다. 예시 혹은 아카이브 성격으로 대강 랩 하듯 적어놓은 것이니, 미래의 나든 미래의 누구든 정신건강에 여력이 없다면 읽지 말 것.

-출처가 왜 없냐, 설마 지식인이나 위키냐;, 최신자료 맞나? 지금 검색해보니 아니던데, 출처 공신력이 왜이리 떨어지냐 - 여기저기저기 가면 최신 공식 데이터가 이렇게 지천에 널렸는데 - 누가 안 가르쳤냐, 인식 수준 및 의식 제고 + 느낀점까지의 수준 = 고딩이냐?, 무조건 용어상 명목적으로 같다고 치환한 뒤 삼단논법으로 싸잡는 그 방식은 논리적으로 틀렸다, 설문조사 표본이 양적/질적으로 통계적 유의성에 문제가 있는데 - 이건 필요하다면 마케팅조사 혹은 통계학 전공책을 선배들 꺼 뺏어서라도 참조해서 자체적으로 검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원본 논문 텍스트와 스크립트가 별도로 있는데도 슬라이드에 텍스트가 너무 많다 - 디자인 개론이랑 팁 같은 거 운영진이랑 각 조 멘토 or 분과장들은 왜 안 가르치냐, 그냥 교과서랑 요즘 핫한 책에서 제시하는 툴들을 남들처럼 똑같이 쓰기만 하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님들이 직접 가설을 세우고 - 데이터를 돌리고 - 논리적인 체인을 만들고 - 검증해서 - 만들어낸 게 없지 않은가, 그냥 기사나 원서 번역해서 슬라이드로 발라놓으면 다냐, ‘대부분’ ‘영향을 받는다’ 등의 표현은 그래서 정확히 몇 퍼센트이고, Corr를 어느 구간 컷으로 잡았다는 거냐, 한국 자본시장법이랑 미국 SEC code랑 달라도 엄청 다른데 어떻게 그 상황에서의 옵션별 추정치를 단순비교할 수 있나, 등등.

고학번끼리도 가차 없이, 심지어 저학번과 고학번 사이에도 학번 다 떼고 저런  질문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자이자 발표자인 팀은 그걸 어떻게든 말 같은 말과 팩트로 우주방어 해야 하고. 당연히, 신입생들끼리 하는 컨텐츠라고 해서 귀여운 유치원 행사 보듯 봐주는 거 없었고. 그런 식으로 우쭈쭈 하기만 해 봐야 어차피 그들에게 도움 될 건 없다는 분위기. 그래서 학회를 대충 세 학기쯤 거치고 2학년 1학기쯤이 되면, 다들 그쪽으로는 예리하게 날이 바짝 선 인간들이 되어 있었다. 어떤 수업에서든 팀플 조편성시에 가장 선호되는 출신 동아리.

가끔은 수업에 같은 학회 동아리가 아닌데도 친한 동기들이나 지인이 있을 때가 있다. 그때 그들이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조편성 끝나고 웅성웅성 할 때 다들 이런다고. 우리 학회 이름은 [B]usiness [R]esearch [A]dministrat[I]o[N] 이라서 내외적으로 다 브레인이라고 불렀다. 80년대 선배들의 작명 센스 치고는 그래도 이해 가능한 수준.

-그래도 브레인 한명 건졌음 다행;
-우리 3브레인이다 개꿀
-우리 노브레인임 망해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5브레인ㅋㅋ엌ㅋㅋㅋㅋㅋㅋ
-아 뭐야 노양심으로 버스타네

남들은 팀플 있는 과목이 정말 많아야 한 학기에 세 과목, 1년이면 최대 여섯 과목. 그마저도 발표자 역할은 굳이 쇽쇽 피해 간다면 백데이터만 긁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남들이 많아도 최대 1년에 여섯 번 하는 걸, 우리는 한 달에 네 번 + 한 학기에 졸업논문이나 공모전 급 대규모 프로젝트 두 개를 했으니까. 누구도 리서치/발표에 예외 없이. ‘이거 아직 안 배운 거예요, 발표 잘 못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애초에 거의 없었지만, 그런 건 먹히지도 않았다. 아예 활동을 안 하면 안 하는 거고, 할 거면 누구도 뒤로 빼지 말고 다 앞으로 나와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