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으로… 공격하기?!_01
소개팅할래?
오늘은 또 무슨 컨텐츠지. 거의 조건반사적인 자동대답 - 아니.
내 후배 겸 동생들 중에 피아노 치는 애가 있더라구. 너랑 완전 잘 어울린다니까.
피아노 치는 여자애가 어디 한둘이냐. 그리고 내가 언제 피아노 치는 여자만 좋아한댔음?
니가 그렇게 못 잊어하던 첫여자친구도 피아노 치는 사람이었다며?
그 사람 죽은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듣네. 그래서 어쩌라고.
만나보라고. 왜? 싫어? 좋아하는 사람 있어?
차라리 그냥 질문을 하지 그랬어. 핸드폰 전기세 아깝다
핸드폰에 전기세가 어딨어 뭉충아. 아 몰라 그냥 이미 니얘기 다 해놨어. 만나보기만 해. 더 이상 튕기면 화날려고 해(?). 나 난처하단 말이야
그냥 밥 + 차 + 앞뒤로 카톡40턴(+/-) 정도면 되는 거지?
정말 한결같이 정량적이시네; 정떨어져 정말;
저거면 되냐고 안되냐고
그래
한 번만 더 니가 아쉬운 걸로 거래할 때 나 팔아봐라 진짜. 이걸 확…
헐; 어떻게 알았어?
너랑 1박 2일 보는 것도 아니고; 뻔하지. 컨퍼런스랑 녹음실 사이에 세 시간, 수요일이랑 토요일 이틀 가능
ㅇㅋㅇㅋ 이-뻐!
넌 못-생겼어 KIN
나 이쁘거등 ㅡㅡ
뭐래 나 바빠 ㅂㅂ2
수요일 저녁. 처음으로 내가 안면 망각증이 있다는 걸 알게 한 상대가 앞에 앉아 있었다. 평생 본 몇 안되게 못생긴 사람이었다. 무려 애들한테 노래랑 피아노 가르치는 봉사를 하러 다니신단다. 참으로 선하신 분이군요. 언니랑은 많이 친하신가 봐요. 아 네, 오래 봐서 편해서요. 속으로 그 생각만 했다. 소개팅 끝나면 넌 진짜 나한테 주거써. 아무리 일퀘로 한번 보고 치우는 거라고 해도 정도라는 게 있지.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바로 톡을 해서 치웠다. ‘죄송해요, 제가 아직은 여유가 없어서요.’ 모든 것에 핑계가 되고, 또 어떤 것에도 핑곗거리가 되지 않는 게 일이랑 시간 핑계니까. 그리고 주선한 이놈에게 전화를 해서 응징하려다가 - 까먹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