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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으로... 공격하기?!_03

Neon Fossel 2021. 10. 12. 17:35

어땠어 어땠어? 잘생겼지? 걔 말도 되게 잘하지 않냐, 매너도 좋고 ㅋㅋ

어… 그냥 뭐, 단점이 아예 없던데?? ㅋㅋㅋㅋ 신기한 사람이더라. 빈틈이 없더라고. 없는 것도 없고.

그렇지. 내가 소개해준 걔는 못 하는 게 없는 놈이었다. 엄청 사치스럽진 않아도 있을 건 다 있고. 게다가 착하고 겸손한 데다가 똑똑하기까지 해서 소프트웨어의 흠결도 딱히 없다. 어떤 결핍의 흔적이라던가, 아픈 상처의 관성이라던가 그런 것도 없는 녀석. 괜찮은 학벌에, 나랑 같은 직장, 그럼에도 허영심이나 사치는 딱히 없고 적당히 귀엽게 검소한 소비습관까지. 완제품이야 이 정도면. 완제품. 그렇게 몇 마디를 더 묻는데 평가하는 말과는 반대로 표정과 목소리의 반응이 영 시큰둥하다.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차피 이 정도면 일반인 기준으로는 술이 들어가도 한참을 많이 들어간 상태니까. 이젠 진실을 실토하겠지.

도대체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길래 그렇게 뚱 하냐고. 아니면 더 할 얘기가 있다는 건 또 뭔데? 깝깝하게…

너,
나 진짜 보내버릴려고 그런 사람 내보낸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당연하지. 그럼 뭐 어디 하나 불안불안하게 이빨 빠져 있는 상대를 대충 몇 달 몇 년 같이 놀다가 말라고 소개해주겠냐. 겸사겸사 같이 가버리면(?) 좋지 ㅋㅋ

어. 그게 기분 나빴다고. 아-주!! 완벽하더라고! 연애부터 결혼까지 뭘 하더라도 잘할 조건에, 그럴 의지도 있고, 능력도 있고, 일사천리겠더라고!

ㅡ.ㅡ… 술먹고 체했나 얘가. 그게 왜 화낼 일이야?

내가 진짜 가버렸으면 좋겠냐고!

그럼 가야지 안 가냐?



너무들 많이 쳐다본다. 안 보는 척, 번갈아서. 얘도 그걸 느꼈나 보다.

나 집 갈 거야. 너, 따라와

어. 안 그래도 따라가려고 했어. 너로부터 길거리의 사람들을 지켜줘야지 ㅋㅋ 외국인이나 조선놈들이 껄떡거린다고 니가 당수 치면 그건 사고이기 때문에…

아직도 농담이 나오지?

;;

길거리엔 사람들이 즐비했다. 몇 년 동안은 ‘양놈, 아시아 원숭이, 흑인’ 셋으로 밖에 구분하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그 구별의 해상도도 좀 높아졌나 보다. 저건 미국, 저건 북유럽, 저건 동유럽, 쟤는 대만이나 홍콩, 쟤는 중화 대륙, 쟤는 일본 등등. 내 옆에서 술이 안 취한 척 빨리 걷지만, 가끔씩 집으로 들어가는 코너를 하나씩 지나칠 뻔하는 걸 보니 얘도 완전한 포커페이스는 불가능한가 보다.

집에 도착했다.

앉아.

됐어, 시간도 늦었는데 앉길 뭘 앉아. 아직은 버스도 있는데, 좀이따 택시 타면 교통비가 스무 배 차이야.

다른데다가는 잘만 쓰더만! 아 그냥 택시 타. 앉아.

새우랑 조개랑 버섯이랑 이런저런 게 잔뜩 들어간 수프와 바게트가 나왔다. 감바스. 이런 걸 뚝딱뚝딱 참 잘도 금방 한단 말이지.

집에서 이런 것도 자주 해 먹어? 살림꾼이네에

샹그리아 밖에 없어. 이거 마시자

그… 그래.

샹그리아에 보드카를 잔뜩 넣었는지, 일반적인 샹그리아처럼 와인과 과일맛만 나는 것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사실 도수가 딸리는 것보단 훨씬 낫다. (도수가 애매함 = 술이 점점 깸) + (과일주 = 숙취 크리)라서 차라리 다음날 숙취라는 대가에 대한 보상으로 도수라도 유지되는 게 좋거든. 내 스타일이네 이것도.

꽤 걸어와서인지 목이 말랐다. 그래서 크게 한 모금을 들이켰다. 아무리 그래 봐야 서양 과일소주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독해봐야 뭐 얼마나 독하겠나 하는 생각.

잔을 다 털고 감바스인가 뭔가를 먹어보려고 빵을 집는데, 이미 먼저 다 마시고 귀신처럼 빤히 정면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더니 취객 전용의 혼잣말도 아닌 혼잣말을 시작한다.

그때 되게 좋았는데 ㅎ 니가 어깨를 빼지 않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