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Could never be me_05

Neon Fossel 2021. 12. 3. 00:27

3-4위 싸움을 보자. 페라리보단 맥라렌이 좋다. 둘의 싸움에선 맥라렌이 이겼으면 좋겠어. 페라리는 꼰대팀이라 싫다. 페라리의 빨강도, 엠블럼도, 상용차 페라리도, 심지어 페라리의 두 드라이버까지도 다 호감이다. 근데 그 ‘팀’만 싫다. 실력은 없이 역-사와 전-통과 이미-지만 먹고살며, 그 자체가 드라이버와 팀 멤버들을 찍어 누르는 멍에와 족쇄가 되는 꼰대 조직이라. 내가 그 팀 헤드라면, 저렇게 몇십 년간 죽을 쒀도 오매불망해주는 팬들한테 미안해서라도 한 번쯤은 정신 차려보겠어. 다른 팀들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F1을 하기 위해서’ 양산차(상용차) 사업을 ‘부업’으로 하는 팀이다. 그정도로 진심이면 꼰대이즘을 내려놓고 뭐가 됐든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모습을 한 번쯤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F1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마이클 슈마허(7챔), 세바스티안 베텔(4챔) 같은 드라이버들이 ‘페라리로 이적을 했기 때문에’ 여러 번 월드 챔피언이 된 줄 알고 있다. F1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여러 광고에서 한 번쯤 봤을 전갈 같은 경주차와 슈마허는 항상 ‘빨간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미 ‘챔피언 클래스’인 드라이버들이 ‘저 답도 없는 팀’을 본인들이 뜯어고쳐보겠다고, 챔피언이 다 되고 나서 커리어 중후반부에 일부러 빡센 던전 도전하듯 가보는 거다. 그래서 집에서 기다리는 처자식을 뒤로하고 드라이버들도 밤 열두 시까지 서킷에서 엔지니어들이랑 쩔어가면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세심한 피드백을 주고, 그렇게 해서 꾸역꾸역 몇 년쯤 드라이버가 팀을 멱살캐리해서 챔피언 팀으로 만든다.

웃긴 건, 그러고 나면 마치 ‘(드라이버가 아니라)자기들이 페라리라서, 자기들이 잘해서 이긴 줄 알고’ 기고만장한다는 거지. 그러고는 정작 거기에 자기 커리어의 중후반을 솔찬히 갈아 넣은 챔피언급 드라이버를, 단물 빠졌다고 헌신짝 버리듯 세컨으로 처박아서 허수아비로 만들었다가 다른 팀으로 팔아버린다. 그러니까 조직의 퍼포먼스나 멘탈 모두를 장기간 드라이브할 노하우나 원동력이 하나도 유지가 안 되고 증발하는 거다. 그러니까, 70년을 했어도 3년 만에 F1을 미니카 조립하듯 씬박한 방식으로 진입한, 패기 쩌는 신생 미국 팀한테 9배의 예산과 인력을 쓰고도 발리는 거겠지. 정도가 지나치게 멍청하면 웃음을 넘어서 동정과 연민을 유발한다. 여기서 인생을 배우네. 남자들이 봐도 잘 생기고, 심지어 착하고, 멘탈까지 멋있는 르끌레랑 사인츠 그만 괴롭히고 차라리 놔줘라, 제발. 사촌 동생 같은 애들이 취업사기당한 것 같아서… 차마 불쌍해서 못 봐주겠어.

페라리 팬을 ‘티포시’라고 한다. 티포시들 앞에선 이거 비슷하게라도 말했다간 사람이 갑자기 5단 변신하면서 좀비처럼 달려드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안 될 말이지. ㅋㅋ

—/
#h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