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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내가 불편하다_03

Neon Fossel 2021. 12. 7. 16:28

그런 측면에서 안알남은 많이 아쉽다.

 

근황토크가 너무 길다. 어떤 형태와 플랫폼에서의 방송이든 고정 출연자들은 아이돌 가수처럼 쉽게 캐릭터화, 혹은 우상화 된다. 그래서 팬들은 그들의 '쇼' 뿐만 아니라 본체의 일상도 자연스레 궁금해지고. 그런데 애초에 그정도의 노출과 밀착이 쉽지 않은 매체에 심지어 처음 듣거나 그냥 스쳐지나가는 청취자가 대다수인 매체에서는 '당신들이 뭘 먹고, 어딜 갔고, 언제 잤고, 요즘 몸이 찌뿌둥한지/개운한지' 별로 안 궁금하단 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거나 30초 점프를 몇번이나 눌러야 제목에서 보고 들어온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떠들어줄건데. 그렇다고 유튜브처럼 인덱스로 점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방송 분량의 앞부분 1/3이 전혀 궁금하지 않은 근황토크다. 저런 건 자기들끼리 녹음실 도착해서 녹음 전 아이스브레이킹 할때 주절주절 떠들며 입 풀겸 놀고 치워야지.

 

여성 출연자를 배치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맘에 안 든다. 내가 맘에 든다는 '스탠스'에서 유추할 수 있듯, 대중문화를 비롯한 여러 사회 현상에 대해서 반-틀딱적이며 융-합적이고 다양성지향-적인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여성 고정 출연자를 배치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기이하게도 전근대적, 봉건적이다. 등잔 밑이 어두운 건가. 꽤 오랫동안 출연하다가 최근 언젠가 안 듣던 사이에 하차한 것 같은데, 시옷이라는 '작가'가 고정패널로 나왔었다. 대충 복잡한 얘기도 자기는 다 겪어봤고 다 안다는 듯이 맞장구는 치는데, 그렇게 똑똑하다는 그사람은 숨 넘어가는 웃음소리와 맞장구를 제외하고 '정보'단위의 어떤 말을 뱉는 걸 본적이 없다. 특히 웃음소리 부분이 너무 거슬렸던게 저음으로 꾹꾹 눌러서 꺾꺾껄껄거리며 아무때나 엄청 길게 웃어제끼는데, 내가 지금 동물의 왕국을 보고 있는 건가 싶었다. 목 아래가 울림통으로 부풀어 오른 뻐꾸기 한 마리를 스튜디오에 놨나 싶었어.

 

이건 굳이 남녀를 막론하고 어떤 패널이라도 이런식으로 나왔으면 싫었을 거다. 근데 그게 '아직 한국'의 '여자'라서 더더욱 그러면 안 되는 거다. 남자들 둘셋이 떠드는 자리에 병풍처럼 변죽이나 맞추라고 앉혀놓는 것 같잖아. 그런 웃음소리와 맞장구를 제외하면 그나마도 성적으로 천박하게 게걸스러운 30대 후반 누나-줌마가 음흉하게 갸르릉거리는 것 같은 말들이나 가끔 해대고. 그와중에 '시옷 눈나 팬이에여' 이런 놈들도 본 것 같은데. 대환장.

 

이제는 F1을 비롯한 글로벌급 대회에서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레이싱걸(레이싱모델, 그리드걸 기타 등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슈퍼레이스에는 아직도 있다. 느리고 콩만한 차라서 리그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좋아하는 강병휘 해설이 오랜만에 현역으로 참가했다가 무려 우승을 해버렸다길래 최근에 한 번 봤다. 시상대 왼쪽의 박성연 드라이버는 유일한 여성이고, 저날 레이스에서 차가 뒤로 받치고 스핀해서 순위가 폭망했다가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다시 2위 까지 치고 올라와서 피니쉬했다. 그리고 저 풍경을 보자. 어떤 여성은 자신의 존재나 성이 전리품 혹은 장식품으로 쓰이고, 어떤 여성은 자신의 능력으로 남녀 딱지 다 떼고 깡으로 붙고도 이겨서 당당하게 중심에 섰다. 어떤 그림이 더 '맞고, 보기 좋은가'. 주변일 것인가, 대등한 중심일 것인가. 그렇게 많은 걸 기대하는 게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