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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ld never be me_13

Neon Fossel 2021. 12. 13. 12:15

의식의 정의가 만약 어떤식으로든 외부와의 상호작용, 의지(의도), 그리고 그것의 축적이라고 한다면 지구도 의식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베르나르 베르베르 형 소설중에 <파피용>이었나 <제3 인류>였나에서 지구의 1인칭 화법이 나옴. 그런 느낌일 수도. 인간 입장에선 소행성 충돌이 인류 멸망급 재앙이라 어떻게든 요격하려고 하는데, 지구 입장에서는 그게 수억년을 기다려온 야스(...)인 것처럼 소행성을 엄청 받아들이려고(?) 기대함. 이게 ㄹㅇ 인식의 대반전이 일어나는 상상포인트. 그래서 그걸 방해하려는 인간을 지구가 역으로 천재지변 등을 일으켜서 방해하는 등등 별짓을 다함...ㅋㅋㅋㅋㅋ(나의 수억 년 만의 야스를 감히 겐세이 당할 수 없다ㅏㅏㅏㅏ!!! ...) 힌두교의 오리지날 버전인 브라만교에서 상정하는 전 우주적인 통일의식, '브라만'(범)도 비슷한 거 아닐까? 인간이 보기엔 지구같은 행성이나 우주가 의식을 갖는다는 게 상상도 잘 안 되는 범주이지만, 걔네 입장에선 의식이 있을 수도 있지.

 

그럼 지구가 의식이 있을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면, 인간 입장에서의 '환경 보호, 지구 보호'라는 것도 지구가 보기에 좀 웃긴 오지랖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우리가 '환경, 친환경, 자연'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산의 나무와 바다의 생물들이 어떤 물질을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거나, 인간이 플라스틱을 찍어내는 거나 물질의 엔트로피가 낮아지도록(무질서도가 낮아지도록) 물질을 합성하거나 붙들어놓는 방식이라는 건 똑같잖아. 그렇게 두 활동의 차이를 엔트로피로 환원하고 나면 굳이 둘 중 뭐가 더 좋고 나쁘다는 가치판단이 들어갈 필요가 있나. 지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지. 둘 중 어떤 쪽의 효과가 더 커서 인간이 존속하든 혹은 그렇지 않든, 인간이 끝나버린대도 지구가 끝나는 건 아니니까. 다만 인간이 못 살 환경이긴 하겠지만.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 지배종, 주인이라고 할 수 있나? 앞의 사항까지 검토해본 바로는 딱히 그렇지 않음. 그냥 특정 기간에 한해서 생육하고 번성한 종일 수는 있어도. 흔히들 전세계에 있는 핵폭탄을 다 터뜨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데, 실제로 예측에 따라서는 지구 궤도나 자전축 혹은 자전속도의 변화 등으로 길게 봤을 땐 지구가 어떤식으로든 부서지는 걸 앞당길수도 있다고 함. 근데 부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그게 소유했거나 지배했다고 볼 수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