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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하면 잘 하지 않는 이야기_02

Neon Fossel 2021. 12. 29. 14:05

이준석 길들이기 - 를 하려다가 모두가 개같이 멸망한 건에 대하여

 

예전엔 적어도 그 당의 '대선후보'이려면 최소한 탄탄한 시 단위의 지역구를 다지고, 그래서 시장 정도의 살림은 해본 뒤, 당으로 올라와서 당내 계파뽑기와 줄서기를 거쳐 수많은 합종연횡을 다 겪고난 '당대표' 정도가 되고 나서야 가능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행정부에서 공무원으로만 수십 년 근무했던 사람이 갑툭튀하거나, 사법부에서만 (주로 과거 공안검사) 수십 년 잔뼈가 굵은 사람이 냅다 머리채 잡혀서 대선후보로 갑툭튀하는 세상. 대선후보 혹은 당대표의 짬밥이나 허들 등의 자격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민의'를 수렴하고 '살림'을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치'를 해보지 않은 인간들이 마치 '아무것도 몰라도 되고, 굳이 뭘 하려고 하면 안 되는' 바지사장이나 배우처럼 갑자기 '캐스팅'되어서 당대표나 대선후보에 오른다.

 

혹자는 출신성분이나 이력에 구애받지 않는 정치참여라는 순기능을 말할지 모르나, 그런 순기능이 적당히 순기능만 할 수준은 '비례대표'가 최선이다. 민의의 수렴과 살림이라는 정치의 본질을 전혀 겪지 않은 그들이 '당대표(닭, 황교안)'와 '대선후보(닭, 황교안, 윤석열)'에 배우나 바지사장처럼 오를 때, 그건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참여에 대한 회의만 들게할 뿐이며 결국 그걸 기획하고 실행하는 그네들 당에도 별로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자주 보이는 건, 이러한 방식이 그런 순기능 때문에 채택된 게 아니라 그만큼 정계 일반적으로 정치적인 커리어의 토양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밑바닥부터 제대로 구르면서 큰 재목이 없으니, 급한대로 요즘 눈에 좀 띤다 싶으면 일단 갖다 쓰는 거다. 지금 무슨 인기투표(...) 하십니까. 그러니까 자꾸 '세상에 대해 모르는, 상식선의 언어를 구사할줄 모르는' 당대표와 대선후보가 등장하는 거다.

 

설마 이준석이 정말 '옛날 당대표들'처럼 당내 자기 계파의 지지의원 40-50명을 규합하고, 근 20년에 걸쳐 3-4선 하는 동안 상대 계파랑 피터지게 싸우든 회유와 협상을 하든 그렇게 당을 통합하면서 '그런 당대표'가 된 거라고 생각하는 흑우 없제? 이준석이 당대표가 된 건, 닭을 필두로 하는 기존 보수세력의 구태라는 이미지를 씻고, 최근 정치참여도가 높아진 젊은 표를 끌고올 '간판'으로써 당의 필요에 의해 채택된 거다. 그럼 그 수단을 잘 이용해야하지 않을까. 윤석열이 무난하게 대통령이 되면 이준석은 이유가 뭐가됐든 일단 '내가 최연소 당대표로서 무려 대선 승리를 일궈냈다'라는 좋은 포폴 한 줄 추가하는 거고. 윤석열과 그 주변 이익집단들은 이준석을 지지하는 젊은 보수표들 한땀한땀 모아다가 대통령 돼서 해먹으면 좋은 거고. 굉장히 피차가 윈윈하는 거래인데. 근데 그걸 쓸데없는 '길들이기, 힘겨루기'를 하다가 젊은 표도 모자라서 중년과 노친네들 표까지 잃고 자멸해? ㅋ...

 

겉으로 보이기에, 그리고 설명하기에 편하니까 '길들이기, 힘겨루기'라고 칭할뿐, 저건 사실 엄연히 '각각 제밥그릇 싸움'이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각각의 개인들마다 자기의 지지세력으로부터의 지지를 유지할 것 + 만약 윤석열이 대선을 승리하면 청와대와 기타 행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기 위해 미리미리 충성맹세로 눈도장 찍어서 자기 자리 찜해놓기. 부동산으로 치면 내 자리 '분양' 쯤 되려나. 한마디로 '미래에 생길 잔치'에 미리 밥그릇, 숟가락 경쟁을 하는 건데. 그런데 선생님들, 일단 '이겨야' 그 잔칫상이 차려지지 않겠어요? 아직 있는지도 모를 그 잔칫상에서 한숟갈이라도 더 떠보겠다고 미리부터 그지랄하다가, 그것 때문에 잔칫상을 미리부터 다 엎어버리게 생겼네. 장제원을 필두로 뜬금없이 윤석열에게 충성맹세 하겠다고 괜히 이준석을 스느스랑 말로 긁어서는, 이준석이 윤석열과 재결합한지 18일만에 선대위를 다시 박차고 나가게 만든 그 아줌마 등등.

 

내가 당 윤리위원회였으면 저런 인간들로부터 대선 끝날때까지 스느스 안 하겠다는 각서라도 다 받아놓겠어. 이쯤되면 오히려 민주당에서 보낸 프락치이거나 지능적 안티라고 할 정도. 가만히 있어도 허점투성이인 이재명보다 무난하게 유리했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멀다하고 한놈씩 병크를 터뜨려서 알아서 폭망하게 만들잖아. 꼴랑 선거유세 '일정 공유', '현황 보고', '회의를 어디서 할지(니가 와라)'. 윤석열 측에서 이준석을 길들인다면서 어깃장을 놓는 수단은 저딴 거다. 이준석이 끌고오는 표를 몇 표로 예상했길래 그렇게 싸게 노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 어차피 명목상 당대표이기도 한데 저런 공유나 보고쯤 해주는 게 그렇게 아니꼽나. 미안하지만, 요즘 잼민이들도 치사하게 그러고는 안 놀아요.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냥 멍청해보여서 웃겨. 내가 상대측이라며 증오했던 예전 한나라당 시절만 해도, 차라리 그들은 나쁜새끼들이여도 똑똑하긴 했다. 일단 이겨야될 때는 교통정리와 피아식별을 똑바로 하고, 아군사격은 일단 덮어놓고 중지한 다음 적 타겟에 일점사를 기가막히게 했거든. 꼴보기 싫더라도 이런 정치적 계산, 정치적 공학을 정말 잘했다. 얄미울 정도로.

 

애초에 그런 정치적 계산이나 정치공학을 논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니, 스느스부터 압.수. 최근에야 인턴들 말 듣고 허겁지겁 '이런거 해야 절므니들이 좋아한대요!'라길래 스느스질을 시작하니, 좀 낯설긴 한데 편하고 재밌지? 예전엔 얼굴 까고 표정관리 하면서 말도 술술 잘해야 카메라에 한두번 잡힐까 말까 하고, 그나마도 편집당하면 지상파나 신문에 안 나가고 씹혔는데. 얼마나 좋아, 그냥 아무데서나 엄지손으로 또각또각 하면 언론플레이 자동인데. 근데 선생님들, 그... 스느스는 저희 젊은 것들이 미리 써봐서 좀 잘 아는데, 그거 편하다고 신나게 주무르며 놀고 여기저기 아무 소리나 흘리고 다니다가 골로 가요. 진짜 훅간다니까. 옆에 있는 청년인턴들한테 사용법만 듣지 말고 주의사항까지 같이 들어요 제발. 그리고 요즘 스느스 밈이나 매너 등 트렌드도 좀 제발 탑재하시고. 물론 청년인턴을 너무 열정페이로 후려치느라 애들이 다 절망적인 클래스로 들어왔으면 배울데조차 없을수도 있겠는데. 그럼 그냥 차라리 하질 마세요. 이미 대선 레이스 한달동안 당신들이 차라리 아무 소리도 안 했으면 지금의 중간결과는 굉장히 달라졌을 겁니다. 뭔가 한소리 할 때, 옷 차려입고, 표정관리 하고, 얼굴 까고, 지상파와 신문에 박제된다는 결연한 각오가 있으셔야... 당신들은 그나마 그게 안전하고 나을 것 같아요 차라리. 스느스에 대한 추가정보를 하나 알려드리자면, 지상파 혹은 신문과는 다르게 여긴 실시간 쌍방통신이고, 그리고 더욱 더 자비없는 어린노무스키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