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엄청 많이 하고 티 하나도 안 나는 거

며칠전 갑자기 정리벽이 도져서(다행히도) 켜켜히 엄청나게 쌓인 먼지를 닦고, 안 쓰거나 보지 않는 엄청 많은 물건들을 들어냈다. 그런데도 뭐가 저렇게 많은지. 이번에 쓸고 닦아낸 먼지의 양을 보면, 장식이라는 건 정말 장식장을 갖다 놓고 해야하는 취미인가 싶기도 하다. 가끔 이렇게 먼지를 끝장낼때마다 못해도 1-2주에 한 번은 쓸고 닦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달을 넘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번엔 특히나 좀 오랜만에 한 거라, 다음번에 또 이정도 양의 먼지를 치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히노끼 나무로 된 필통에다가 분무기로 물이나 줘야겠다. 히노끼 탕 향기 나라고 ㅋㅋ...

 

기계 친구들 중에서는 일본에서 정말 그 '가챠!'(뽑기)머신에서 뽑아온 5백원 정도 하는 쪼꼬미 고무로 된 친구들을 뺐다. 엄연히 말하면 비슷하게 생겼어도 저 큰 애들보다 하나 전 시즌에 나온 다른 모델들이고, 자세나 구성도 다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너무 별 신경을 안 쓰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먼지만 잡아두는 것 같아서. 두 개는 내가 여행 갔을 때 뽑아왔고, 하나는 친구가 일본 갔을 때 사다줬던 것 같다. 너넨 나중에 장식장 사서 공간 남으면 다시 꺼내줄게.

 

그리고 저 주황색 기계친구는 예전엔 다른 애들처럼 스탠딩 로봇 형태로 놨었는데, 도저히 중심을 못잡는 떡장갑이라서 어떻게 처리가 안 됐었다. 건담 베이스에서 모자란 스탠드를 하나 더 사왔어야되는데 매번 까먹다가 그냥 벽에 기대서 세워놨었던 ㅡ.ㅡ 그래서 그냥 이번엔 전투기 모드로 변신해서 놨다. 오 사진으로 봐도 훨씬 멋있네. 프라모델 덕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프라모델이 변신이 가능하다면 두 개의 모델을 커버하는 거니까 가성비가 좋다고 따진단다. 굉장들 하네; 무튼 엉거주춤하게 벽에 기대놓느니, 차라리 변신시켜서 전투기로 놓으니 깔끔하고 멋지다. 건담 이름은 아리오스, 직전 시즌 버전인 큐리오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자 최종화 기준 최대무장버전이다. 파일럿의 코드네임은 알레루야/할렐루야 햅티즘. 퍼스트 네임이 두 개인 이유는 파일럿이 어린 시절 정부 비밀기관에서 초인병 훈련을 받다가 인격이 둘로 쪼개져버린 컨셉이라 그렇다. 작중 가끔 두 인격이 바뀌는데, 사실 어느쪽이든 별로 정상은 아니다(...ㅋㅋ).

 

그 뒤의 초록색 건담은 케르딤. 스나이퍼형 건담이다. 앞에 있는 방패는 실드비트라고, 거북이 등껍질처럼 8-10개의 조각으로 되어있고, 개별이 각각 드론처럼 따로따로 공격을 지원하거나, 대형을 짜서 저격중인 본체를 적의 견제사격으로부터 알아서 보호한다. 그게 뭐라고 그 스마트한 간지가 터진다(...). 쟤네들은 각각이 알아서 움직이기도 하지만, 콕피트 내에서 파일럿을 보조하는 시리같은 애가 저 실드비트들을 통제한다는 컨셉이다. 그 시리같은 애의 이름은 하로. 포켓몬 푸린처럼 생긴 귀여운 AI다. 파일럿의 코드네임은 록온 스트라토스. 작중 코드네임이 아닌 본명은 닐 디란디 - 였다가, 그 파일럿이 이전시즌에 죽고(...) 쌍둥이 동생인 라일 디란디가 파일럿을 이어받았다.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을 본뜬 것처럼 생겨서는 오만 똥폼을 다 잡는 느끼한 캐릭터다. 근데 멋있긴 멋있다. 로봇 머리 앞에도 저격용 바이저도 있고, 저격총도 멋있다 -> 그래서 먼지 닦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고생했다.

 

하나하나씩 다 소개해버리고 싶지만, 폰으로 이 이상 쓰는 건 무리다. 나머진 다음에.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 나를 나타내는 것만 남기자고 생각했다. 근데 정작 그런 것중에 저런 물건을 구하지 않아서 못 갖다놓는 게 많다. 일단 F1 메르세데스 차의 다이캐스트 버전을 하나 더 갖다놔야겠다(... 핑계거리를 드디어 찾았다 ㅇㅋ;ㅋㅋㅋㅋ). 팔찌랑 핸드크림은 두개씩 되어버려서 상당히 성가시지만 내가 어쩔 수 없는 구역이고. 기타 튜너와 기타 capo도 자주 쓰니까 둬야 하고, 캐나다 단풍이랑 캐나다에서 만들어온 이름표는 있어야지. 알폰스 무하 전시전에서 사온 엽서를 봐야, 전시회를 종종 가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이러다보니까 잔뜩 치웠어도 많은 게 살아남았구나 ㅡ.ㅡ...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