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다른 의미의 김장
이것도 며칠전인가 일주일쯤 전인가, 마치 김치 김장하듯, 돈까스 고기에 반죽 묻혀서 쟁여놓기. 돈까스 김장 ㅋㅋ. 어떤 음식이든 해먹는 게 시켜먹는 것보다 거의 1/5 이상 혜자하지만, 쉬워도 너무 번거롭거나 아예 어려워서 요즘은 그냥 시켜먹고 만다. 근데 돈까스는 정말 쉽다.
굳이 돈까스 망치를 사다가 고기를 직접 다지지 않아도, 정육점에서 직접 아주 제대로 손질된 돈까스용 고기를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 그리고 마트나 가게에서 밀가루 작은거 한 봉지, 빵가루 작은 거 두 봉지, 계란 대여섯 개. 끝. 고기에 밀가루 옷을 입혀서 계란을 묻히고(이 때, 계란물에 양파를 갈아서 넣으면 진짜 더더더더 맛있다), 빵가루에 신나게 담궜다가 비닐봉지에 담아서 보관하면 된다. 돈까스끼리 차곡차곡 쌓아서 보관해도 되긴 하는데, 그상태로 얼렸다가 해동하면 잘 안 떨어지거나 반죽의 한쪽이 다 떨어져나갈 때도 있다. 그래서 이왕이면 돈까스 사이사이에 작은 비닐봉지나 거름종이 같은 것으로 구분해주는 게 좋다.
나 혼자 먹으면 큰 고기 두 장, 같이 먹으면 세 장. 열두 장이니까 일주일에 세 장씩 먹으면 4주 = 한달치가 완성됐다. 그리고 첫 세장을 튀겨봤는데... ... ... 아주 옳다. 굉장히 맛있다. 튀길 때는 반죽에서 떨어져나온 빵가루를 던졌을 때 보글보글 튀겨지면서 올라올 정도의 기름 온도가 되었을 때 튀기면 된다. 그 전에 덜 데워진 기름에 풍덩 넣으면, 튀겨지는 게 아니라 기름을 잔뜩 머금고 기름에 절여질 뿐이다. 그럼 흔히 집에서 뭘 하다 망한 음식들처럼, 분명히 레시피처럼 했는데 기름만 질겅질겅 씹혀서 느끼하고, 바삭하거나 고소하진 않은 기름떡이 된다. 처음에 기름을 뎁힐 때 말고는 약-중불 사이로 은근히 튀기는 게 좋다.
그 때 매우매우 아주아주 상당히상당히 좋은 잇템이 저거다. 저 그물망으로 된 튀김덮개. 원래 우리의 유서깊은 전통으로는 신문지를 덮는 건데, 그건 잘못해서 주변 가스 불꽃에 종이가 타면 큰일난다. 그리고 요즘은 종이 신문도 거의 안 보니까, 집에 그런 크기의 종이가 없을 경우도 많고. 그럴 때 저거 되게 좋다. 튀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기름이 튀는건 '거의' 막아준다. 완전히 덮어버리는 종이처럼 기름 튀는 걸 완전히 막진 못하지만, 어쩌다 몇 방울 튀는 걸 제외하곤 대부분 막으면서도 내부도 보이고, 씻어서 계속 쓸 수도 있으니 되게되게 좋다.
짤털기를 끝냈다. 이젠 진짜 잘거다. 아까 너-무 졸렸다가, 잘 때를 놓치니까 피곤한데 잠은 안왔다가, 그래서 폰으로 글쓰고 끄적끄적 밀린 그림일기를 쓰다보니까 다시 졸려졌다. 자야겠다. 온 몸이 도가니탕처럼 흐물흐물 다 해체될 것 같아............. 피곤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