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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낮꿈의 흔적

Neon Fossel 2024. 11. 11. 23:00

우리 집에 가자
맛있는 과자 양손에 무겁게 사 가자
맥주도 사자 아끼지 말자
다 들고서 집으로 가자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으니까
나는 쉬러 간다
넌 어땠니 분명히 고단할 테니까
너도 쉬러 가자
고생한 날 안아주자

집에 가자 누워만 있자
열 번은 본 영화를 또 보자
울다가 웃자 네 말이 맞아
그러다가 스륵 잠들자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고생한 널 안아주자

 

'집에 가자 - 스텔라장'

 

언젠가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숲속인듯 아닌듯, 갑자기 넓고 둥그렇게 뚫린 공터 풀밭에 있었습니다. 거기엔 그냥 좋아하는 모든 게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떠들었습니다. 어디는 어떻더라, 듣고 보고 느낀건 이렇고 저랬다, 요즘 하는건 이래서 좋고 저래서 힘들고, 간혹 좀 시덥잖고 웃긴 얘기들도 하고. 그러다 해가 지면서 좋아하는 보라색 구름도 나왔습니다. 조금 더 지나니 달도 떴습니다. 무심한듯 예쁘고, 차가운 색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위로가 되는 그런 빛의 달. 자다 떠들다 먹다가 떠들다. 이상하게도 떠들다보면 잠드는데, 떠들기를 멈추면 잠이 깨기도 하고. 그러다 꿈에선 모두 잠이 들고, 현실에선 화들짝 깨버렸습니다.

 

아마도 일상은 지루할정도로 평온한 날엔 그만큼 단단한 것이고, 때로 험난할땐 그만큼 드라마틱하고 스펙타클한 양쪽의 널뛰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억지로 긍정만 하기엔 어렵지만, 조금 줌아웃해보면 그 널뛰기가 있기에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 같기도, 살아나갈 이유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와중에 우리 짐작보다 우리를 더 많이 생각하고, 지지하고,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아예 모르고 있었더라도. 간혹 너무도 이상하게, 쉽게 가시같은 말과 행동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독화살 같은 말과 행동들을 굳이 내 손으로 다시 주워서 나를 두 번 찌를 필요는 없더군요. 그러기엔 우린 일상에서 대체로 그것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될 사람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우릴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가끔 혹은 매순간 증명해주고 있으니까.

 

그런 한편, 때로는 언제나 대단하고 열심이며 멋지고 옳아야될 필요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런 이유가 없이 '그냥' 일수도 있고,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만한 일도 있고. 그런 여백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그래서 사람이 흥미로운 존재인게 아닌가 싶고. 좋든 싫든,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도 우린 무수히 많은 선택을 지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 모든 선택이 우리 스스로 입장에서든, 상대편이나 주변사람 입장에서든 항상 최선이자 최적이며 정의로울 순 없습니다. 그냥 그 자체로 선택일 뿐이고, 우린 사람이니까요.

 

때로는 의외의 선택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가능성을 열때도 있습니다. 혹은 선택의 결과라는 게 딱히 '절대' 바꿀수 없다거나 바뀌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항상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현실판을 사는 것처럼, '어떤 선택의 연쇄가 결국은 어떤 결과로 귀결될 거고, 그래서 항상 최적을 선택해야 하고, 이미 선택한 건 돌이킬 수 없다'라고 빨리 체념하거나 강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기엔 각각 의외성을 하나의 우주만큼 가진 우리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이 얽혀서 현실을 살고 있으니까요. 선택을 하고, 때론 선택을 뒤집거나 뒤틀고, 어느쪽이든 뒤에 있을 의외성을 조금은 그냥 기대해보는 것도 삶에 대한 숨쉴만한 여백과 기대가 동시에 생기는 방법일 것도 같았습니다.

 

쉬기 좋은 그런 공간과 시간, 그 꿈의 흔적

 

오늘 달은 왼쪽으로 배가 조금 나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