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오늘의 달 241214

Neon Fossel 2024. 12. 14. 20:37

”어, 왜“
“야 너도 왔냐”
“ㅇㅇ”
“어딨는데”
“한화랑 위워크 사이쯤? 파란잠바덩어리. 추울까봐 캐국에서 입던거 입음”
“아 저깃네 ㅋㅋ 개잘보이네 ㅋㅋㅋㅋ”
(X3)

홍대에서든 어디서든 난 길바닥에서 참 쉽게 발견되나보다. 머리가 독보적으로 거대해서 더 그런가.

여의도 더현대 맞은편, 여의나루로 사거리. 그나마 다행인 소식을 직관으로 확인하고, 하늘을 지나가는 방송사 드론을 따라 파도타기처럼 응원봉이 흔들어지며 환호성이 물결처럼 퍼지는 다소 생경한 광경을 뒤로하고.

이미 포화상태라서 문자 그대로 땅이 안 보이는 지경인 여의도역 대신 여의나루역으로 걷던 사람들이 잠시 신호와 경찰 교통통제에 멈춰섰다. 그러더니 너나할것 없이 하늘을 보고 한마디씩 비슷한 말을 한다. “달 봐, 달 봐. 어, 달이다”. 아까 현장에서 슬쩍 고개를 돌리다가 나도 습관처럼 이미 봤었다. ‘마치 낮달처럼 떠놓고는 휘영청 보름이길래, 참 뜬금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그와중에 이런 말이 들렸다.

”오늘 달이 제일 가깝거나 큰 달은 아닌데, 제일 밝은 달이래. 어쩜 오늘같은 날 딱 저렇게 맞춰서 떴을까“.

기분이 참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