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 The Fire - Jevin Julian 을 간만에 무한반복해서 듣는중. 이 노래의 후렴같은 템포를 좋아한다. 가볍게 고개를 왼쪽 뒤로 한 번, 오른쪽 뒤로 한 번 까딱 까딱 붙이면서 듣는다. 좋아하는 이정도 템포의 노래를 들으면 항상 그렇다. 아마추어처럼 조급하지 않은 그런 여유, 그러면서도 적당히 신나는 딱 그 정도. 내가 노래를 이렇게 듣고 있으면 뭔가 음악을 예쁘게 즐긴다거나,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혹은 몰래 지켜보고 있을 누군가를 꼬시는 것처럼 보인단다. 주로 공연 전에 앞팀 리허설 할 때, 가게나 공연장 스탭들이 준 버드와이저 병맥 하나를 물고서는 눈을 반쯤 감고 졸면서 그러고 있는적이 많았다.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분위기잡고 끼부린다고 매 주 한소리씩 들었다. 난 사실 머리속에서 휘몰아치는 과제, 논문, 후배들한테 받은 질문, 에세이에 쓸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을 잘 갈무리해서 우겨넣고는 공연에 집중할 여유가 필요해서 그랬다. 또는 그런 것들 때문에 바쁘다보면 어쩌다 한번씩 벌겋게 충혈된 눈을 좀 쉬어주기도 해야 했고. 공연장에서 누굴 꼬실 생각은 안 해봤다. 내가 찾는 사람은 거기에 없을 테니까.
보컬 형은 신기한 사람이다. 상남자라던가 아이돌 같은 잘생김은 아닌데, 묘하게 조선시대 곱상한 유생처럼 잘 생겼다. 미성이 고와서 이상은이나 김광석 노래가 묘하게 잘 어울리고. 말만 하면 시가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학 학부시절부터 웬만큼 예쁘기로 유명한 사람들하고는 다 만나보거나, 대쉬를 받아보거나 그랬다. 그래놓고는 다 나이먹고 커밍아웃을 했다(?). 그 형은 신촌에서 이런저런 자취방을 전전하며 20대를 보냈고, 나는 잠만 일산 집에서 자고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홍대에서 보냈다. 그렇게 얼굴과 지성이 곱디 고운 형 입에서, 어느날 민속주점에서 뒷풀이를 할겸 통기타로 라이브 공연 비슷한걸 하며, 술을 마시며 동시에 술값을 꽁으로 벌고 있는데, 그 고운 사람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신촌, 이 씨팔 좆같은 동네.
ㅎ...
그럼 나한텐,
홍대, 이 니미 엿같은 촌구석.
이쯤 되려나. 이유는 모른다. 후회없이 놀았고, 놀면서도 학점이랑 취업을 따서 대부분의 사람에게 격려 어린 질투를 받았고, 잘 놀고 잘 살았다. 그냥 한 번쯤은 욕해보고 싶었던 건가. 왜지. 욕을 잘 안하는데, 하면 잘 한다.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며, 할 일은 별로 없기도 하고. 친한 사람들은 “넌 차라리 쌍욕을 해라” 라고 한다. 내가 욕 한마디 안하고 사람을 말로 죽이는 방법을 너무 잘 아니까. 홍대는 좋고 익숙하다. 그냥 한 번 개겨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