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덜기 9

200430_Meomory dump

날이 좋다. 아버지는 시골갬성을 충전하러 새벽같이 강화도로 사라진지 오래. 연휴인지도 모르고 시작된 연휴라, 음감이랑 총감한테 진짜 연휴동안 안 건드릴 거냐고 재차 물었다. 자발적인 파트별 소그룹 연습은 있어도, 편곡 소환해서 곡 뜯을 일은 없을걸?이라는, 정말 확실하게도 불안한 대답을 들었다. 그래. 배 째. 경력자 실무면접이 고도화 되면 어디까지 괴롭힐 수 있는지 익히 안다. 조금씩이라도 건드려 놓으면서 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모니터를 여덟 개 정도의 창으로 도배했다. 월스트리트와 세계은행, IMF 등에서는 벌써 코로나 이후에 대한 전망이 쏟아진다. 의외의 조류다. 코로나 때문에 억지로라도 경기를 부양하려고 잔뜩 내려놓은 이자율과 각종 경기부양책이, 미래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독이 될거라는 비관적..

생각덜기 2020.05.02

이명_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을 따라 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샘터에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을 지어요 - https://youtu.be/m7LEeRtUEQ0 어제 일을 하던 중에, 갑자기 떠오른 노래. “정아 미드-하이랑 하이 0.5씩 더 주고 로우는 노브 방향 7시까지. 베이스는 EQ 1.5k쪽에 힘이 빠지는데, 앰프랑 믹서로 밀어올리면 맥이 없으니까 악기 자체에서 원본값을 좀 더 밟아올려줘. 기타는 노멀 볼륨이 괜찮은데 부스터나 오버드라이브 이펙터 밟으면 소리 깨지더라. 이펙터 아웃풋 게인값 다시잡아봐. 그리고 볼륨 밸런스 안 맞는다고 메인 콘솔 페이더 막 올리지 말고 나한테 얘기해. 형 근데 요즘 얼굴..

생각덜기 2020.04.29

위잉위잉위잉

머리속에서 맴도는 몇몇을 덜어낸다. 갑자기 동 트기도 전에 일어나서 냅다 세수부터 했다.두 번의 운석충돌급 싸움과, 도합 20일 정도의 간헐적 온/오프 밤샘. 3개월여의 준비기간이 처음으로 중간 시뮬레이션 되는 날이다. 챙기고 응원하고픈 날이다. 매번 개기기만 하면 이 관계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거니와, 소개해준 형과 그렇게 오래 잘 지낼수도 없었을 거다. 세시간 쯤 잤나. 졸립진 않은데, 아직 추운 새벽바람이 볼을 때리니 냉큼 집에서 쉬다가 원래 일정대로 점심깨나 나가고 싶다. 아니다. 그러기엔 이미 싸들고 내려온 짐이랑, 잠 깨려고 찬 물을 얼굴과 목에 들이부은 노력이 아깝다. 강변북로와 이수-사당이 막히기 직전 시간을 간신히 뚫었다. 이 두 군데만 안 막히면, 사실 이 좁은 땅덩어리는 심지어 충청도 까..

생각덜기 2020.04.29

재활훈련_01

밖에 댔던 차를 옮겨 댔다. 아침밥을 지었다. 아직도 서사와 시를 말하는 재활훈련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금 있으면 바꿔달라고 해놨던 일거리가 들어올텐데, 이번엔 또 어떤 기상천외한 것일지 기대 아닌 기대가 된다. 짜증만 내지 말자. 외주라도 돈 받고 일하는 입장인데 돈 주는 사람들한테 개겨도 너무 개기면서 일하는 듯. 한 번에 세 개다. 동시에 진행중인 연작 프로젝트가 얼른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면접 연락을 기다리는 주다. 답답하고 외롭다. 코로나 이후로 아직 중간 일정조차 안 잡는 두 군데는 준비하는 다른사람들도 늘어져서 빡친다고 연신 아우성이다. 매일 영어 꼬부랑 말과 그래프와 트럼프의 개소리와 차트를 뒤집고 돌려가며 보는 건 다 괜찮은데, 제발, 허수아비 치는 거 말고 본체에 들이받..

생각덜기 2020.04.27

재활훈련_00

꽃향기가 알싸하면서도 달큰했습니다. 기억이 나질 않아서 좋았습니다. 가게 앞을 지나다가 꽃이 예뻐 사진을 찍었습니다. 꽃집인줄 알았는데 빵집이었습니다. 다른 전화가 받기 싫어서 씹고 대답을 안 했습니다. 한 달 전쯤, ‘아직 그 때 뭐 없는데’ 하고 대충 수락해놓은 모임 약속이 갑자기 튀어나와 귀찮습니다. 근데 일 전화는 받아야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옷을 입었는데, 마스크부터 겉옷, 티, 바지, 신발 모두 새까만 색입니다. 왠지 잠시 비뚤어져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생각덜기 2020.04.26

베틀

말과 글, 음악, 미술은 닮아있다. 자모음, 음계, 색과 구도라는 한정적인 재료로 이루어진 수많은 조합이라는 결과. 종종 생각했다. 자모음, 단어, 구, 문장이 결합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구현해놓고, 그 중에 유의미하거나 재미있는 결과만 쏙쏙 뽑아쓴다면 어떨까. 음악도 마찬가지. 12음의 8옥타브 내에서 조합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만들어 놓고, 그 중에 편하게 골라쓴다면 어떨까.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표현 가능한 웬만한 노래와 글은 이미 다 나온 게 아닌가.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정녕 없는 걸까. 자음과 모음, 음계라는 형형색색의 실과 바늘로 우리는, 나는 뭘 만들고 싶은 걸까. 어떤 무늬의 옷감을, 옷을 만들고 싶은 걸까. 음과 음계라는 물감으로, 어떻게 생긴 그림을 그리고 싶은 걸..

생각덜기 2020.04.24

여자-

어떤 직책이나 역할 명사 앞에 굳이 ‘여자’라는 수식어가 붙거나, ‘-가 여자인데’라고 구태여 말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상사, 선배, 후배, 어딘가의 ‘장’(회장, 사장, 길마, 공대장), 게임의 경우엔 ‘유저’. 하나같이 굳이 ‘남자’를 붙이지도 않거니와, 붙이면 이상하다. 그 자체로 부를 때 일단 기본값은 남자이겠거니 하는 관성이 무의식 중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앞에 굳이 ‘남자’를 붙이면, ‘역전앞’처럼 의미가 중첩된 느낌을 받는 게다. 반대로 생각하면, 굳이 ‘여자’를 붙인다는 건, 그만큼 ‘별난 일, 당연하지 않은 일’이라는 의미. 원래 그런 대부분의 자리에 남자가 많아서 -> 그게 당연해졌다는 식의 설명도 가능하다. 가장 편리한 방법, 사후합리화, 사후해석, 귀납적 해석. 하지만 ..

생각덜기 2020.04.21

존재감

차를 처음 운전하다 보면, 나도 내 차의 몸체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가늠이 잘 안 되니까 움츠러든다. 3-4차선쯤 되는 큰 길에서 주행중일 때도, 내 차선은 앞이 열려 있는데 그 양 옆에 다른 차들이 있으면 괜히 아슬아슬하게 어깨빵 할까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게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다. 가끔씩 옆 차선에서 뒤에 오던 차가 바로 옆으로 바싹 붙으면, 실제로는 충돌할 게 아닌데도 움찔 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틀다가 오히려 반대편 차선 차에 너무 붙어서 또 움찔하고. 초보운전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접촉사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다 차에 익숙해지면, 비로소 동요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 내 차의 몸체가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가늠이 되고, 내가 내 차선만 지키면 일단은 나 때문에 충돌할 일은 없다는 간단하고..

생각덜기 2020.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