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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lor-like

얼마 전, 한 2-3년쯤부터 입던 바지들의 허리나 통이 너무 커졌다. 분명히 그땐 핏하게 잘 입었던 애들인데, 점점 여유가 있어진다 싶더니 요즘엔 휘휘 펄럭거리고 감긴다. 아. 쿨이 돌았구나. 바지를 새로 사러 갔다. 그냥 동네 번화가에 있는, 어릴 때부터 갔던 저가형 백화점에 있는 국산 브랜드 잠뱅이다. 이 가게에서도 바지를 10년은 넘게 산 것 같다. 이런 매장은 수지타산 안 맞으면 그냥 쉽게쉽게 바뀌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이 집은 내가 대학 졸업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그냥 계속 있단 말이지. 거기에 이모라기엔 좀 젊고, 누나뻘 되는 점주가 있다. 이 사람도 진짜 지독하게 안 늙는구나. 본인은 거의 투박한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자처럼 생겼다. 아예 숏컷에다가 등빨도 좋고(?). 근데 바지를 참 잘 골라준..

카테고리 없음 2025.11.08

쫄(추위에)

저번주에 처음으로 0도를 찍을 때쯤, 온도가 너무 갑자기 떨어지는 바람에 늦가을-초겨울로 가는 중간 단계에 입을 얇은 패딩이나 코트, 스웨터 같은 걸 제대로 챙겨놓지 않은 터였다. 나가는 길에 딱히 챙겨 입을 옷은 생각나지 않고, 바람까지 불어서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통에 그냥 한겨울에 입는 무릎 조금 위까지 오는 롱패딩을 집어 들었다. 아직 저녁시간일 때에는 나보러 너무 오버드레스인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해가 지고 딱 세 시간이 지나자 길거리의 모두는 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달리고, 나 혼자 매우 여유롭게 안락함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 전 그때의 기억 때문일까. 이번 주는 날씨가 꽤 풀려서 초저녁까지 15도 가까이 기온이 올라가는데도, 아침에 살짝만 쌀쌀하다 싶으면 자꾸 ..

카테고리 없음 2025.11.08

시계가 돌다 보면

새벽 1시부터 아침 10시까지 깨어있어야 하는 요즘이다. 차라리 익숙하고 제일 쌩쌩하며 집중도 잘하는 시간대라 다행인가 싶다가도, 이제 더 이상 그걸 너무 반복하면 몸 자체가 맛이 가는 나이대라는 걸 자각해서 조금 찜찜했다. 내 의지로 놀면서 체력을 깎아먹을 땐 괜찮지만 그게 책임이나 의무가 되면 좀 별로랄까. 캘린더를 대충 확인하고 일정을 두 개 정도 추가했다. 아무 생각 없이 손버릇 혹은 오타처럼 24시간법으로 1500을 쳤는데, 그 숫자와 관련된 엄청 오래 전의 일정들이 자동완성 추천에 로드된다. 새록새록하네. 아련하고. 저게 도대체 언제야. 캐나다에서 출국할 때, 쓰던 중고 기타를 당근 한 위치가 Bay stn.이었나 보다. 그날 기타를 팔러 가는 길에도 역사 내부에 버스커들이 있어서 실컷 구경하..

카테고리 없음 2025.11.08

Pro-sumer_04

꼭 이런 것만 엄청 많이 닮은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이란썽 쌍둥이처럼, 같은 매니지먼트라는 지붕 아래의 두 프랜차이즈. 우리 모두가 혈육이든 남에게서든 뭔가를 ‘닮는다 혹은 닮기 싫다(닮지 않는다)’를 논할 때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좀 닮았으면 하는 ‘좋은 것’은 안 닮고, 닮으면 안 되거나 닮기 싫은 건 끈질기고 쉽게도 닮는다. 사람이라면 사실 이건 인간의 태생적 한계이자 유구한 종특이기에 어쩔 도리가 딱히 없다. 그저 노력이라도 하는 것이 숭고하고 존경받을만한 것일 뿐. 그러나 그 사람이 모인 조직이나 기업은 그러지 않을 수 있다. 집단지성의 연결, 공유, 적용의 결과와 과정이 계속해서 궁극적인 최상위 목표에 기여하게 하는 하위 목표와 세부 행위들의 연속적인 시퀀스. 그 집단지성 노드의 ..

카테고리 없음 2025.11.02

Pro-sumer_03

미래를 찍어내기에 한없이 바쁜 그들을 위해, 패싱된 우리의 현재 마지막으로 동감했던 피드백 중엔 ‘시기의 문제’도 있었다. 현재 디아 4 시즌 10이 굉장히 흥했었는데, 시즌 11 PTR이 너무 일찍 나왔다는 의견.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성이 파격적이며 꽤 논란적인 터라, 단순히 PTR 테스트를 직접 해보는 소수 스트리머들 뿐 아니라 일반 유저들의 분위기도 어수선하게 붕 떠버린 상태. 그래서 기껏 잘 찍어낸 시즌 10은 힘이 너무 일찍 빠져버렸고, 거의 모든 스트리머와 일반 유저가 시즌 11 혹은 그 이후 머잖아 나올 또 다른 확장팩까지 이어지는 변화에 대해 갑론을박만 하고 있는 상황. 한 시즌이 3-4개월인 디아 4 기준으로도 극초반인 시즌 만 1개월 차에 접어들 때부터 본섭엔 이미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테고리 없음 2025.11.02

Pro-sumer_02

어디까지가 전가이고 어디부터 참여일까 'PTR을 PTR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었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 등 다른 언어 클라이언트에선 아예 툴팁 내용이 뜨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차라리 툴팁이 깨지면서 영어로라도 뜨면 대충 알아먹으면서 해보겠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럼 툴팁이 터질 때마다 영어 클라로 재접을 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고. 혹은 엔드급 파밍요소의 극악한 타임키핑 목적의 드랍확률을 PTR에도 그대로 적용해서, PTR 기간이 끝날 때까지 구현된 빌드를 시험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빌드의 고점과 저점값을 측정 불가능케 하는, 수많은 데미지 버스켓 적용 버그는 기본반찬처럼 이번에도 꾸준히 있었다. 서두에 말했던 Pro-sumer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른다. PTR에 참여하는 스트리..

카테고리 없음 2025.11.02

Pro-sumer_01

Pro-sumer. 꽤 오래전 고등학교 때인지 대학 때인지, 경제신문 등에 잠시 나왔다가 너무 당연해져서 거의 없어진 용어다.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에 참여하는 고객(Producer + Consumer). 정보통신의 발달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이 쉽고 빈번해지면서 생긴 집단 혹은 현상. 지난번 다른 와우 방송 채널에서의 발언과 디아 4에 대한 글에서 비슷한 구도에 대한 내용은 이미 몇 번 다룬 적 있다. 디아 4는 오리지널에서 시즌 1까지 출시 직후에 최악의 추락과 맹비난을 들었다가, 시즌 2, 4, 10(현재 시즌) 한정으로는 무려 갓겜이라는 소리(와 '역시 짝수시즌 팀은 옳았다')까지 들으며 나름 괄목할만한 정상화를 이루던 중이었다. 그런데 현재 시즌 초중반인데도 다소 일찍 다음 시즌 11의 ..

카테고리 없음 2025.11.02

좋아하는 브랜드가 몰려다닌다

2년 전쯤인가 롤챔 경기를 보는데 메인 스폰서에 대문짝만 하게 메르세데스와 스포티파이가 붙어있었다. 상용차 브랜드의 벤츠는 별 생각이 없거나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다만 F1 모터스포츠 브랜드의 메르세데스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제일 좋아한다. 스포츠 판에서 중요하다는 그놈의 전통과 근본도 있고, 아픈 과거를 겪고도 완전히 떠나버리지 않은 채 굳이 돌아온 점, 그리고 근본이 있는 팀 치고는 개발, 인사, 마케팅, 협회와 팀 간 정치(...) 등의 분야에서 굉장히 혁신적이고 효율적이다. 유구한 전통이 있는데 꼰대는 아닌 느낌. 브랜드 디자인이나 컬러 테마도 맘에 든다. 차나 피트, 서킷 내 팀 빌딩, 영국의 헤드쿼터까지 이음새 자체가 없이 통으로 만들어진 조약돌 같은 매끈한 검은색에 포인트컬러나 폰트컬러는..

카테고리 없음 2025.10.26

마지막에 처음으로 쉬어봄

이번 연휴는 쓰리잡이었다. 그리고 그 쓰리잡으로 인해 일하면서도 욕먹는(… 박살 난 연휴로 인해 이래저래 평작이 망하는) 구도였다. 연휴가 빨리 끝나길 바랐다. 서너 시간 잘 때를 빼고는 항상 세 가지 중 무언가로 일하는 게 미칠 듯 피곤했다. 그런데 연휴는 몇년래 유례없이 길었고. 해병훈련단의 마지막 주, 6일간 잠을 안 자고 고문 아닌 고문을 받는 것과 비슷한 상태인 지옥주를 제외하고 평생 제일 힘들었다. 시작은 내 일이었다. 딱히 달력의 분기/반기랑 관련은 없지만, 3/6개월 단위로 밀물-썰물처럼 사이클이 돈다. 그래서 야심차게 즉흥적으로(?) 마음을 먹고 계획을 했다. 오로라를 보러 가자. 나의 제2의 고향이자 내 동네, 캐나다 토론토와 그 위쪽 동네로. 일의 사이클 기준으로 한 달 정도 버퍼를 ..

카테고리 없음 2025.10.13

비문학적 인간

살면서 어지간하면 문학에 영 손이 가지 않는 타입이다. 그렇다고 허구의 이야기 전체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활자매체 중에서도 해리포터나 룬의 아이들은 정말 페이지랑 위치가 기억나기 직전까지 외워버릴 정도로 여러 번 읽었다. 드라마도 비록 의학이나 SF, 전쟁 쪽이긴 하지만 오히려 사람냄새 찐하게 나는 에피가 많은 종류를 엄청 좋아하고. 근데 그런 강렬한 몇몇을 제외하면 평소엔 철저하게 비문학적인 인간이다. 찾아 읽는 글이나 자주 보는 영상 채널 혹은 플랫폼의 시리즈도 다 그렇다. 최근 언젠가 내 말뽄새의 중간이 없다는 참신한 평을 들었다. 아마도 몇년 전부터 의식적으로 만든 작위적인 습관 때문인 걸까. 그쯤 언젠가부터 일부러 은유와 비유를 쓰지 않게 됐다. 의도한 방향이 맞든 아니든 좋은 쪽으로 잘 ..

카테고리 없음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