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말하는데만 쓰는 게 아니다. 사실은 태생적으로 더 적합한 용도가 있다. 손보다 촉촉하고 섬세하며 예민한 커브로 당신의 아름다움을 칭찬할 수 있다. 입끼리여도 재미있고, 입이 아니어도 어디든(?). 응 어디든. 이걸 받는 대상에 대한 입의 '서비스'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사실 입의 입장에서 더 얻는 게 확실하게 두 가지는 넘는, 입이 좀 많이 득을 보는 부당거래(?)이다. 손과는 다른 짜릿한 질감을 느낄 수 있고, 새콤달콤한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고, 겸사겸사 은밀하고 매혹적이며 신비한 향까지 곁들여진 정찬요리를 맛본다고나 할까. 그래서 사실 입은 파일럿이 그 자체를 즐기기만 한다면 하는 사람이 굉장히 득을 보는거다. 나는 손으로도 춤 잘 추는데, 사실 손보다 입이 좀 더 잘한다. 밑줄 쫙, 별표 세 개.
그리고 이제, 액션.
이미 서로의 숨결이 닿아버린 거리. 이 공간, 이렇게 마주한 채,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것이자, 할 수 있는 게 입이 입에 닿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게 뻔하고 당연한데도, 이미 숨결이 닿아버렸는데도 잠시 멈춰있는. 그 긴장. 그 설렘. 그 호기심. 그 상상. 그리고, 닿는다. 입술 가운데끼리 만났다. 그 똑부러지고 섹시한 목소리가 나오는 출처에 도달했다는 쾌감. 반가움을 담아 두 번, 세 번, 닿았다 떼었다. 그리고는 입술 바깥쪽이 궁금해서 입을 벌려 다른 곳을 어루만졌다. 입술을 뗐다가 붙인다기 보다는 입술을 살짝 벌렸다가 다물면서, 마치 손으로 입술을 어루만지고 쓰다듬듯, 입으로 너의 입을 만나고, 아껴준다. 양쪽에서 그러고 있다가, 입술을 벌리거나 오므려서 앞으로 내미는 리듬이 비슷해졌다. 둘 다 입을 열어서 상대를 받아들이려니, 자연스레 고개가 더 돌아가며 교차한다. 마치 손을 잡는듯. 그렇다면, 양쪽이 모두 입을 벌렸을 때, 이제 만날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다. 혀를 바깥까지 내밀지 않았다. 다만 벌어진 입술 사이를 채울 딱 그정도까지만. 그리고 노크하듯 당신의 입술 사이를 두드리며 맛봤다. 아니, 그럴 계획이었다. 이게 웬걸. 똑같은 타이밍에 당신 혀도 마중을 나왔다. 반가워 정말.
입술끼리, 혀끼리, 끝단만 모두 닿은 채 1초도 안되는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서로를 벌려 서로에게 다이빙했다. 내 입을 벌려 당신 혀가 들어올 자리를 내주고, 당신 작은 입이 수줍고도 과감하게 열어준 자리에 내 혀가 흘러들어간다. 서로가, 섞인다. 윗입술쪽이 자연스럽거나 그쪽을 좋아하나보다. 내 윗입술에 꼭 매달려있는 아기 코알라처럼 귀엽다. 어쩜 혀도 이렇게 작을까. 작은데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또 적당히 단단 탱탱하게 야무져서 야하다. 윗니에 붙은 혀의 아래를 어루만지다가, 치아는 어떨지 궁금했다. 세상에. 당연히 입도 작으면 치아도 작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내 입으로 치면 아직 앞니들이 있을 자리에서 벌써 송곳니와 어금니로 커브가 시작된다. 귀여워 죽겠다. 애기입이잖아. 치아 하나 하나도 작고 소중하다. 그렇게 서로의 안쪽 위 아래를 번갈아 열어주고, 번갈아 들르며 맛보다가, 다시 가운데서 만났다. 혀로 혀를 사랑해준다. 너는 무슨 맛이니. 촉각인지 미각인지 모를 느낌이 전해진다. 단짠쓴맵 어떤 종류의 맛도 아닌, 촉촉하고 로맨틱한 맛이 난다. 입을 많이 벌려서 혀를 깊숙히 넣는 타입은 아닌가보다. 나는 섹스할때처럼 깊숙히 넣어서 남김없이 휘몰아치는 스타일인데, 어쩌든 좋다. 당신의 방식대로 해보니, 약간의 수줍음이 설렘이 되고, 그러는 와중에 혀와 치아 앞 부분들의 민감한 감각에 더 집중해서 세세히 느껴볼 수 있으니 좋다. 키스를 참 예쁘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너무 키스를 야하게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