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간쯤 뒤면 새 차가 온다. 차 내부에 있던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꺼내고 하이패스, 아파트 주차스티커를 뗐다. 그리고 휙 문을 잠그려는데, 괜히 제자리에서라도 시동을 걸어서 엔진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아무나는 아니지만 사람한텐 정을 넘치게 줘도, 기계는 깔끔하게 쓰면서도 묘하게 정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16년이다. 네놈의 무겁고 두터운 몸체 때문에 어떤 차를 렌트하거나 남의 차를 대신 끌어도 주행이나 주차가 어렵지 않았다. 처음으로 친구들 너댓을 태우고 여행갔던 스무살 무렵의 긴장되는 운전을 기억한다. 눈 오는 날 대관령 고개를 넘으면서도 4륜으로 바꿔서 콧노래 부르며 올라갔던 힘찬 모습도 기억하고.
아빠랑 내가 네 속을 거의 다 바꿔놨으니, 혹시 어디 동남아로 팔려가더라도(...) 널 헐값에 줏은 사람은 횡재하는 거야. 16년 된 고물차가 왜 그리 잘 나가는지 이해가 안 될테니.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