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만의 특이한 인사법이 있다.
‘사랑헌다’
직접 찾아뵐때도, 그러고 다시 서울로 내려갈 때도. 전화를 받을 때도, 끊을 때도.
- 할매 저 왔시다. 잘 지내셨시꺄.
- 어이구, 우리 재윤이가 왔어. 헤헤, 사랑헌다.
- 할매, 담에 또 전화할게요.
- 그랴, 사랑헌다.
- 할매, 추운데 얼른 들어가셔. 담에 또 올게요.
- 그래, 사랑헌다.
참 쌩뚱맞을수도 있는 인사다. ‘사랑헌다’. 어릴 때부터 기백번, 기천번은 들었을 거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낯설지 않게 되었다. 꽤 어렸을 때부터.
사랑한다.
들었을 때 어떤 충격을 받는다던가, 듣고 나서 어떤 울림이 매일에 남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다만, 들었을 때부터 ‘역시나 이양반 희한해’ 하면서도 내 곁에 그렇게 머물게 된 말이었다. 그 느낌이, 매번 뜻밖으로 익숙하면서도 반갑고 좋다.
곁에 구슬처럼 하나하나 수북하게 머물게 된 그 말들이 나로 하여금 어떤 삶과 사랑을 하도록 했을까. 나는 그렇게 사랑이 넘치고 따뜻한 사람일까. 적어도 사랑을 말하는 기회를 놓치지는 않는 사람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을 말하는데 있어서 스스로 놀라거나 수줍지 않은, 모종의 뻔뻔함.
사랑은 아직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정의하기 어려운 점근선의 중점 같은 느낌이다. 다만, 사랑을 말하는 그 순간에 직면하는 스스로의 태도 혹은 풍경은 뚜렷이 느껴진다.
겁도 없이, 마음을 들켜버리는 정도도 아니라 그냥 답지를 확 던져버리는 것이다.
수줍음과 걱정이 섞여서 조금씩 새어나가게끔, 흘려내보내듯 말하더라도, 마음 속에 있는 가장 진한 엑기스가 시냇물인 척 하는 폭포수처럼 콸콸 드러나버리는 것이다.
판문점에서 대치중인 남북군인들처럼, 상대의 행위와 의중을 실시간으로 주시하며, 어쩌면 필요할지도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밀당이라는 무기를 들고 있다가, , , 먼저 무기를 내려버리는 거다. 자발적인 선 무장해제. 나의 가장 중심에 있으며 강력한 행위의 동기와 의도, 의지라는 정보를 내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상대가 영악하게도 이용할지, 짓밟거나 칼을 꽂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지와 침묵이라는 안전장치이자 무기를 내려서 두 팔을 열어젖히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