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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상실 릴레이 참여_143_30

Neon Fossel 2020. 6. 9. 00:46

종목은 간단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뽑은 괴물을 죽이는 것. 운이 중요했다.

그리고 케인은 ■■을 뽑았다.

—————————143차 30번째 [밤빛]님

143차 31번째 [네온]님

 


그리고 케인은 ‘거울'을 뽑았다.

빛바랜 금색 테두리가 투박하게 둘러져 있고, 손잡이는 심지어 없었다.

‘어쩌라는 거지'

케인뿐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과 관중들도 의아해했다. 혹자는 그것이 제비뽑기의 결과로 부전승이나 실격 둘 중 하나를 가리키는 거라고 수군 거리기도 한다. 케인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거울을 바라보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본 순간, 거울은 어느때보다 강렬하게 태양빛을 반사해서 케인을 비췄다. 마치 스캔하듯.

눈이 멀 듯한 밝기에 잠시 손으로 앞을 가렸다. 그리고 바라본 그곳에는…

케인.

또 다른 나, 케인이 서 있었다.

분명히 나는 아니다. 마력으로 형성된 다른 존재들처럼, 끝부분에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살짝씩 어른거린다. 그것 빼고는 나와 놀랄 정도로 똑같다. 뭘까. 분신술인가.

께름칙하지만 어쩔 수 없다. 무엇이 됐든 일단 쓰러뜨려야 복수든 뭐든 할 수 있다.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평범한 활을 시위에 매겼다. 마력과 관련 있는 존재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안티-마력 화살을 여기서 벌써 쓸 순 없었다. 그건, ‘다른 사람’을 위해 준비된 한 발이다.

상대는 아직 가만히 서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옆으로 달리며 화살을 꽂아 넣었다.

그림자같이 있던 또 다른 케인은 한쪽 어깨와 다리를 뒤로 빼며, 최소한으로 피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활을 시위에 걸어, 이쪽을 겨냥한다.

어… 잠깐, 저것은…?

정확히 내가 아는 동작, 내가 수천번이고 했던 동작, 지금의 나라면 취했을 동작으로 똑같이 회피하고 반격 준비까지 한 건가.

손끝이 저리며, 온몸으로 소름이 퍼져나간다. 저 존재는, 나의 카피다. 내가 하는 공격마저도 이미 머리뿐 아니라 몸으로 익숙히 아는 그것일 테지. 수백 가지의 공격을 수천번 하더라도 이미 의미가 없는 게 자명하다는 생각에 이르자, 맥이 풀렸다. 나를 아는 나를, 이길 수 있을까.

그럼 유일한 방법은, ‘나조차도 모르던 나’의 조각을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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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 형이, 어쩌다 우두머리로 활동한다는 자기 소설 커뮤에 와서 놀라고 하길래 들어가 봤다. 얘기 들은 지 1년 만에 가봤는데, 재밌다. 적당히. 근데 하필 이번 주 릴레이 달리는 게 판타지 무협이라 아주 낯설다. 안티-마력 화살이라니 세상에. 앞 주자들이 썼길래 이어서 써주긴 했는데 오그라드는 손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뭐라도 참여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아서 들이댔는데, 영 어색하다. 제발 다음 주엔 센치한 현대물 컨셉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