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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한다는 것

Neon Fossel 2020. 6. 24. 01:56

200623, 오늘의 살롱 - 주제 : 소유하는 것, 네온(Neon)

 

제목 : 전전긍긍

 

대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나만이 유일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태. 그래서 뭔가를 소유하면 전전긍긍하게 된다. 혹시나 다칠까, 부서질까, 고장날까,

 

없어질까.

 

나만이 유일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을 뒤집으면, 그 대상의 현재부터 미래에 벌어질 어떤 상태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뜻이다. 소유한다는 건, 스스로 이 책임이라는 목줄에 머리를 끼우는 행동이다.

 

그래서 소유하고 싶을만큼 좋은 건, 갖고싶은 건, 그 책임과, 그 멍청한 행동을 감수할만큼 좋은 것이다.





머리가 좀 클때쯤부터, 세상에 있는 모든 영화와 드라마 중 좋아하는 모든 걸 소장해보겠다고 덤빈 적이 있었다. 지금이라고 딱히 멈춘 건 아니지만, 이젠 어느정도 타협과 선별을 하는 선이긴 하다. 그런데,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운로드' 한다는 것과, ‘스트리밍'의 차이.

 

어떤 것을 다운로드하면, 그것은 다운로드한 시점을 기준으로 박제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래서 어쩌면, 사람이나 관계를 다운로드하듯 보관하고 간직하는 건 불완전하거나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가질 수 있지만, 간직하는 그 순간부터는 그 이후라는 정보가 결여된, 불완전한 상태가 되는 것. 그러면, 사람이나 관계는 ‘스트리밍'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지금과, 미래 언젠가의 지금에 서로는 항상 교차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스트리밍은 다운로드와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엄연히 말하면, 스트리밍이란 실시간으로 자주 다운로드할 뿐이다.

 

그래서 사물보다 조금 더 조심스럽고 복잡한 ‘사람’에 대하여는, 순간순간 서로의 조각을 부지런히 소유하려 한다. 물론 사람은 그들과의 기억을 내 입장에서 다운로드 한다고 내가 현재와 미래를 오롯이 통제하는 소유가 가능한 건 아니다. 상대의 입장과 사정도 있으니까. 다만 어떻게든 그것을 흠취하려면, 일단은 다운로드해서 읽어내고 느껴야 한다. 오해할까봐 물러서고, 소유의 거추장함이 걸린다고 물러서면, 우리는 결국 우리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맺지 않는 세상을 살게될 테니까. 책임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좋을만한 어떤 것과 사람들을 부지런히 찾고, 그 조각들을 부지런히 소유할 테다.

 

소원과 기대가 없는 인간은 없으니까.

 

그렇게 살기엔 세상은 좀 끔찍하게도 재밌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가끔의 어느 때, 그것마저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