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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Sun

Neon Fossel 2020. 7. 5. 09:24

영화 That Awkward Moment에서 듣고는 나중에 자꾸 맴돌아서 찾아 들은 노래. 작중 주인공 세 명의 인연이 시작되는 클럽에서 나온 노래라 그런지, 놀 때 틀어도 신나게 어울릴 것 같다.

https://youtu.be/ampLTtSsK-M


굳이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가사의 Morning Sun이 포근하게 자고 일어난 상쾌한 아침의 그 해가 아니라, 밤새 신나게 밤을 불태우고 스멀스멀 뜨는 해처럼 들리기도 한다. ‘해 뜰 때까지 가는거야ㅏㅏ!’ 이런 것처럼.

스트리밍 앱에는 아예 가사가 없고, 구글 메인 검색결과는 딱 두줄인 가사를 심지어 틀려먹었다. 구글 검색결과 1-3번째라는 게 가지는 신뢰감이 하위 997개를 합친 것의 몇 배는 될 거라던데, 인지적 편향과 근거 없는 신뢰다. 조심해야지.

‘If you make a feel the better, watch you morning sun’ 이라니. 대충 얼버무려 들으면 비슷하게 들릴 여지가 살짝 있긴 한데, 애초에 말도 안되는 문장이다. 아침부터 듣기평가도 똑바로 안 된 검색결과에 발끈했네.

제대로 찾은 가사는 이랬다.

‘If we make it through the night, we’ll watch the morning sun.’

앞에서 해오던 생각대로의 의미를 대입하면, ‘오늘 밤 같이 잘 보내면 - 내일 뜨는 해를 같이 볼 거야’. 라는 가볍고도 발칙한 문장이 된다. 근데 그냥 계속 듣고 읽다 보면, 밤과 해가 의미하는 바가 좀 더 추상적으로 확장된다. 번역된 문장은 같겠지만, 그냥 어느 밤에 한눈에 반한 그 순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어떤 의미.

정말 가사가 없다시피 한 노래다. 종종 이런 노래들을 듣게 된다. 좋아하는 글렌 체크의 노래들도 비슷하다. 몇 단어나 한 문장 정도의 가사를 계속 반복한다. 가사는 그저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로 등장시키기 위한 명분에 불과한 역할. 그래서인지 어떨땐 아무 의미가 없는듯 들리기도. 평소에 말과 글의 소리나 의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렇게 의미라는 채널을 아예 비워버린 노래들도 좋아한다. 내가 의미라는 채널에서 다른 잡다한 생각들을 소화할동안 거기를 건드리지 않으니, 의미 채널을 쉬게 해주는 느낌이기도. 귀로 듣는 걸로 먹고 살 때, 일부러 하루에 두세 시간은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 텀을 만들었던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노래들의 그 몇 안되는 단어나 문장으로 된 가사들은, 나중에 곱씹어보면 그 짧은 울림이 굉장히 여러 면의 여러 색깔과 맥락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의외라기보단 어쩌면 당연히 그래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노래 하나 가지고 시작한 잡생각놀이를 다 끝마치지도 못했는데 도착했다. 한시간 반 잘 놀았다. ㅇ ㅏ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