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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dead, seeking salvation.

Neon Fossel 2020. 7. 18. 03:17

전신이 부분 마취되어있다.

밀려드는 일상은 시간의 결을 하나하나 무채색 하게 바꾼다.

혹은, 무채색 하게 바뀌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마취.

 

뜬 눈으로 손끝부터 하나하나 해체되어가는 자화상을 바라본다.

맨 정신에 온몸이 부분 마취되어 수술대에 올려진

어느 멀쩡한, 멀쩡했던 전신 장기기증자처럼.

 

내 선혈이 낭자한 조각들은,

누군가에겐 즐거움과

혹은 누군가에겐 동경이자 선망이 되어간다.

그렇게 장기처럼 떼어진 조각들이

주변 여기저기에 널브러지며

뭇사람들에게 탐닉되고, 음미된다.

 

그렇게 부지불식간 자의와 타의가 뒤섞여

영구 임대하듯 여기저기로 실려나간

내 장기들은

내 조각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밀려드는 인출 요구에 잔고가 털리는 은행처럼

모든 걸 다 뜯기고, 뽑히고 나서

남은 내 껍데기를 바라본다.

 

저런 걸 다 뽑아내고 나면

내가 알던 나는, 내가 원했던 나는

남지 않는 걸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린당하고 뺏긴 조각의 흔적이 남은 그 자리는

예전의 표정을 닮아있다.

 

'하는 척'이 아닌, 습관이라서, 그랬어서

내 장기이자 조각인 그것들은 항상 표적이 된다.

 

제 것이 아닌 것을 제 마음대로 맛보려는 그들에게

그렇게

그렇게 노리개처럼 소모당하려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아닌데.

 

그러려고 예쁘고 소중하게 빚은 게 아닌데.

 

마취에서 깨어나

적출로도 비워낼 수 없던 그 즐거운 관성과

함부로 탐닉하게 방치했던 그 적출의 고통과 불쾌함을

한 결, 한 결 느낀다.

 

껍데기인 채로 비척비척 걸어

추적하기도 어렵게 여기저기 돌고 있는

내 조각들, 내 장기들,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습관들을

껍데기만 남은 몸속에 다시 주워 담는다.

 

다시 내놔, 니 꺼 아니야.

 

하나하나 끼워 맞추고 꿰매고 보니

프랑켄슈타인보다 차라리 못할 지경이다.

 

꺼억꺼억 울면서

힘들고 처절하게 주워 담았는데

혹여 더 추해진 건가 싶어

거울을 보기가 두렵다.

 

기름을 붓고 성냥에 불을 켜고 싶다.

 

이럴 거면 뭐하러 모은 건가 싶지만,

차라리 그게 깔끔한 건가.

 

예뻐지고 싶다.

 

손길로든, 불로든.

 

예뻐져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