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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기, 메타인지

Neon Fossel 2020. 8. 7. 07:13

손편지 - 그_냥

몇 밤을 더 세어야
그댈 눈에 담고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나요
... ..... ........
오늘 밤 꿈에서라도
그댈 안고서
참, 좋아해. 말해줄 수 있을까요
... ..... ........


나의
마음을
써내려가요

그대
걱정하지 않도록
예쁜 말만
고이 접어서
그대에게 띄워보내요

... ..... ........

다가오는 모든 순간에
우리
함께 하길 바라요

여기
내 하루 끝에
그대 향기 물든 것처럼

——————-

예쁘고 좋은 가사다. 그만큼, 그보다 앞서 놀랍도록 흐뭇했던 건, 얼마전 언젠가의 내 모습과 내 행동을 사진에 담듯 그대로 묘사한 것이라서.

몇 시간 전까지도 몇 시간을 어여뻐해주고도, 다음날이 되면 그런 걱정이 들었다. ‘혹시 자고 일어나서 어제의 기억이 잠시라도 흐려지면,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덜 느껴져서, 혹은 다른 어떤 번거로운 일상에 부딪치다가 깜빡해서, 걱정하지 않을까’. 걱정할지도 모르는 상대를 걱정했다. 그래서,

그대 걱정하지 않도록
예쁜 말만 고이 접어서
그대에게 띄워보내요

내가 당신을 잠시라도 소홀히 생각하거나, 내 애정이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에 매일 따뜻하고 맛있는 빵을 굽듯, 예쁘고 좋은 생각과 말을 담아서 한 땀, 한 땀 실뜨기를 하듯이 당신의 애정과 안심과 미소라는 옷감을 지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이 궁금합니다.
그냥 가만있어도 갑자기 좋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자꾸 쳐다보고 싶은 눈매를 가졌습니다.
나를 봐줬으면 하는 속눈썹과 눈동자를 가졌습니다.
하이힐 중독이 아니라서 정말,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당신은 스스로 지금 못생겨서 부끄럽다고 웃거나, 일부러 얼굴을 찡그릴 때가 정말 귀엽고 예뻐요.

또랑또랑 높은데도 고급지게 동글동글해서, 예쁜 소리가 흩어지지 않도록 잘 들리는 목소리가 좋습니다.

티키타카가 안 되는 허수아비와 정반대로, 어떤 주제든, 얼마나 알고 모르든, 0.3초만에 통통 튀어오는 그 탄력있는 센스와 자신감이 좋습니다.

적당하고 시원하게 욕을 한 사발 할 때도 좋아요. 욕 밖에 할 줄 모르는 수준의 사람이 욕을 달고 사는 거랑은 달라요. 충분히 똑똑하고 사려깊은사람이 ‘그럴만한’ 지점에서 시원하게 지르는 건, 천박한 게 아니라 사이다이며 인간적인 매력이니까.

어쩌면 나는, 니가 그냥 자면서 굴러다니다가 침을 흘려도 좋은 것 같아. 코를 골아도 좋고. 좋아하는 모든 이유를 밤새 끝도 없이 나열하고, 그럴 수 있지만, 그 끝에 드는 생각은

저거 하나도 없어도

그냥 좋다.

바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