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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털기_04

Neon Fossel 2020. 8. 16. 11:44
내가 공동 1위로 좋아하는 사진. 아빠랑 같이 놀러가는 게 둘 다 즐거운 표정이다. 아빠는 어릴때 상남자 마초에 말썽꾸러기였지만, 엄마와 결혼하고 나를 낳고나서는 일이랑 마누라랑 애밖에 모르는 바보가 됐다. 평일 퇴근이후나 주말엔 나랑만 놀았다. 지금도 서로 제일 좋은 친구다. 아빠는 나를 좋아한다. 요즘도 일년에 몇 번 술을 거하게 마신 날은 ‘재윤아 너 아빠 좋냐?, 난 너 좋은데’ 이러고 징그럽게 달려든다. 언젠가 이 사진을 엄마랑 같이 봤을 때, 엄마가 전해준 얘기가 있다. 아빠가 어린 나를 다른 아빠들보다 티나게 더 좋아하고, 엄마가 날 챙기는 것보다도 더 많이 챙겼던 이유. ‘내가 좋아하는 예쁜여자를 너무도 닮아서’라고 했다.
#비교체험극과극_1. 유치원 졸업식 사진. 내가 별로 안 좋아하고 / 엄마가 좋아했던 ㄹㅇ 엄마친구딸내미(엄친딸). 우리집 근처 어떤 빌라의 건물주 딸내미였다. 엄마는 쟤가 하얗고 포동포동하니 훤칠해서 예뻤다는데, 내가 기억하기로 나는 쟤를 ‘뚱뚱하다’고만 생각해서 싫어했다. 그래서 엄마랑 엄마 친구가 억지로 사진을 찍게 했는데, 표정관리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눈도 잘 안 뜨고, 웃지도 않고, 손도 억지로 잡아서 뒤로 대충 빼고. 엄마는 지금도 저친구 엄마랑은 일년에 한 번 정도 연락하고 만난다. 나는 유치원 이후로 저 친구를 보거나 연락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 대학 졸업할때쯤, 내가 잠시 만나는 사람이 없는듯하니 엄마가 넌지시 연락해보라고 눈치를 줬다. 참하니 하얗고 글래머 쭉쭉빵빵이라고(...). 저때와 비슷하거나 더 썩은 내 표정을 보더니 장난이었다며 넘어갔다.
#비교체험극과극_2. 내가 좋아하고 / 엄마가 보기엔 까맣고 말라서 그닥이었던, 근데 난 우주최고로 예쁘다고 생각했던 친구랑 찍은 사진. 좋아서 입이 찢어지려고 한다. 무려 브이에, 꽉 잡은 손. 내가 봐도, 해도 너무 했다. 이 차이 어쩔거야. 엄마는 저때 나름 큰 충격을 받고 결심을 했단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처음 봤다고. 그래서 유치원 이후로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내가 좋다는 여자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하거나 깎아내리는 비슷한 기미도 비추지 않았다. 오히려 나보다 더 좋아했으면 좋아했고. 우리 아들을 저정도로 숨길 수 없을만큼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면, 엄마도 그사람이 누가 됐든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