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글이 턱턱 막히는 시즌이 있다. 아이러니라면, 그럴 때마다 오히려 글을 쭉쭉 쓰는 시즌보다 더더욱 글의 내용이나 글쓰기 자체에 대한 메타적인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단편적인 조각들과 망상으로 잔뜩 입력과 저장만 되고, 도무지 출력이 되지 않는 그 시즌에 항상 하는 생각이 또 있다. 차라리 짧게라도 뭔가를 쉽게 계속 써보자.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과 왓슨은 둘 다 블로그를 운영한다. 왓슨은 주로 본인의 일상이나 셜록과 함께한 케이스들을 엽편이나 단편 정도의 길이의 에세이나 전기의 형식으로 적는다. 반면 셜록은 순간마다 스치는 의문이나, 본인이 관심 있게(다른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을법한) 파고든 주제나 지식을 마치 트윗하듯 산발적으로 나열한다.
나의 글쓰기는 굳이 비교하자면 저 둘 사이를 오간다고 할 수 있겠다. 완성된 글을 쓸때의 머리 쓰기가 재밌다. 그리고 나중에 되읽을 때도 뿌듯하고. 다만 이러다 보면, 요즘 같은 시즌에는 전혀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 완성된 글이라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심리적/체력적으로 지쳐서 힘들거나, 혹은 까다롭고 방대해서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그 모든 이유는 글이 아닌 다른 일상(일, 취미, 인간관계)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글이 될 내용과 글 자체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습다. 글을 만드는 순간을 향유하고, 만들어진 그것을 음미하는 주된 중앙처리기관인 그 머리와 머리에서의 생각이라는 게, 오히려 글을 향유하기 어렵게 만드는 병목구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나의 글쓰기를 돌이켜보면, 왓슨처럼 쓰려고 노력하다가 글이 체하면 아예 쓰기를 멈춰버렸다. 사실 셜록처럼 막 뭔가를 흩뿌리거나 ‘일단의' 지점까지라도 던져 내놓은 적은… 없진 않지만 굉장히 드물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완성된 글의 형태가 힘들다면, 트윗하듯, 혹은 셀프카톡에 메모하듯 단어나 구, 한 두 문장의 형태로라도 꺼내어놓는 시도를 해봐야겠다.
‘그냥 트윗하듯 짧게 이것저것이라도 던져보는 게 어떨까'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 한마디 말에도 이런 생각의 실타래가 엮여나오다니. 취미든 전업이든 작가로서 분량이 모자를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게 억지로 찾아낸 장점이라면, 단점은 그렇게 뽑아내기까지 잡생각이 여기저기 가지를 뻗고 돌고 돌아 어렵게 나오는 인간이라는 태생적 한계. 쉽게 살고 싶기까지 한 건 아니지만, 이토록 귀찮고 번거롭게 살기도 만만치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