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잡념들의 모음(언젠가는 쓸데가 있겠지)

Neon Fossel 2020. 11. 22. 06:15

언젠가부터 언젠가까지, 같은 루트에서의 다른 시간, 다른 생각들.

간신히 잼민이들을 벗어난 나이의 커플이 맞은편에 앉아있다. 남자놈은 자꾸 여자의 알통 안쪽을 수없이 만지작거린다. 저기가 여자의 가슴이랑 촉감이 비슷하다는 건, 안지 1년밖에 안된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건가. 근데 그럴거면 그냥 좀이따 제대로 가슴을 만지지 저게 뭐람. 나같으면 그런 유사 촉감보단 진퉁을 만지겠어.

다행히도 열차 칸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앉자마자 다리를 꼬고 폰 메모장을 켜서 이런저런 중얼거림을 적으려는데,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나랑 똑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신기하군. 평생 검은 신발을 거의 신지 않았었다. 스스로가 덩치가 크고 우왁스럽게(?) 생겼다는 자각이 들자, 하다못해 신발이라도 좀 밝은색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검은 신발은 투박함을 더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데 언젠가 신게된 검은 신발은, 보면 볼수록 잘 어울려서 신기할 따름이다.

생각의 로그를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타이핑이나 보이스도 아닌, 그냥 생각 그 자체를. 휘발되기 전에 붙잡는다고 나름 준비를 하고 다녀도, 그렇게 매체로 옮기다가 날아가는 게 절반은 되나 보다.

마스크로 가리니까 좀 낫고 괜찮은 거냐, 아니면 원래 예쁘니까 가려도 예쁜 건가. 어떤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대 코로나 시대인 요즘은 마스크 덕에 서로의 외모가 왜곡 내지는 증폭되고 있을것만 같다. 이런 얘기를 어쩌다 심심풀이로 풀었는데, 마스크어쩌구 하는 관련 용어가 이미 있단다. 역시 말로 구체화하는 여부와 빈도 혹은 퀄리티가 다를뿐,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하다.

일본 직장인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펄럭거리는 정장을 입은 남자가, 역시나 일본 직장인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자전거를 끌고 있다. 옆에는 허리에 벨트처럼 라인이 들어간 남색 원피스를 입은, 꽤 준수한 외모의 여자. 뭐지, 특이취향이거나 남자가 잘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