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에다가 단어나 구의 형태로 적어놓고 머리에서 빼버려도, 자꾸 머리에 이고 지고 사는 생각들이 있다. 그걸 덜어놓고 프로세서 비중을 나름 우선적인 일에 투자한다고 하는 짓인데, 어차피 이렇게 글로 소화하지 않으면 계속 맴돈다는건, 별 소용이 없다는 건가. 현실 몸의 소화력만큼도 아니고, 그 반만이라도 생각의 소화 속도가 빨랐으면 좋겠다. 음식은 먹으면 세 시간도 안 돼서 말끔하게 자취를 감추는데, 도대체 이놈의 생각은 왜 글로 굳이 꼭꼭씹어 소화하지 않으면 램에 자꾸 로딩되는 걸까. 생각도 어떤 개별 개체이고, 심지어 영혼 비스무리한 걸 가질 수도 있는 건가. 그래서 이렇게 질척거리는 건가. 질척거린다는 표현은 생각에게(만약 생각이 어떤 개체나 대상이라면) 좀 미안할정도로 쌀쌀맞은 표현이다. 질척은 좀 그렇고, ‘끈질긴’ 거냐. 더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