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
주로 대화할 때 많이 발생한다. 문장요소가 빠지는 것에 엄청 민감해진다. 굳이 직업이 이렇지 않을때에도 원래 말이나 글에 민감하니, 친한 애들이랑 떠들때 일부러 딴지걸고 놀려고 그러긴 했었다. 근데 요즘은 정말 신경쓰인다. 얼마전 친구가 자기네 집안 얘기를 하는데 한 열마디짜리 말을 하면서, 모든 문장에서 습관적으로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하고 말하는 습성이 있었다. 굳이 이정도가 아니었으면 나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한두마디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근데 어쩜 저렇게 모든 말에서 주어랑 목적어를 다 제끼는거지. ‘그래서, [니가] [이마트를] 차렸다고?! 때려치고?!’ 와 같은 포맷으로 몇번을 꼰티부리면서 놀리니까 그제서야 ‘아오… [부모님이]!!!!! [새로운 가게를]!!!!! [추가로, 또]!!!!!’라면서 그제서야 말을 한다. 처음에 한번 말이라도 해놓고 생략을 하면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말도없이 한참을 주어랑 목적어 없이 말을 하면, 대충 그렇겠거니 해도 뭔가 아리송하니까 거슬리잖아. 이게 제일 즉각적이고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어쩔수 없다. 일하다가 가장 기본이지만 ‘항상’ 틀리는 게 그거니까. [뭐가, 어디에 있는, 어떤 걸, 어디로, 어떻게]를 지정하는 요소중에 단 하나라도 빠지면 이놈의 기계는 말을 듣지 않는다. 희한한건, 자동완성 폼에서 틀릴수가 없도록 요소를 강제하니까 빈칸채우기만 하면 되는 것 같은데도 참 다양한 방법으로 틀린다. 처음엔 그 빈칸채우기도 제대로 못하고 덤벙거려서 틀렸지만, 요즘은 잔기술이 늘고 거기에 따른 요구사항이 늘자 현란한 응용동작(…)으로 틀린다. 조건의 조건, 해쉬의 해쉬, 괄호의 괄호의 괄호의 괄호 같은 곡예동작을 하다가 넘어지는 것. 그래서 민감하다. 육하원칙중에 뭐 하나가 빠지면 정보를 받아들이는것도,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다. 일이든 일상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