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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어그로_02_참조

Neon Fossel 2021. 8. 14. 04:13

참조(과잉의 의미에서)

이것도 역시 얼개를 제대로 짜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다만 중복과 조금 다른 각도와 지점의 문제이다. 중복은 전체를 애초에 다 고려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면, 참조(정확히는 불필요한 과잉참조)는 전체를 다 고려하긴 했더라도 구조를 ‘잘못’ 짰을 때 발생한다. 어떻게 잘못했는가. 각 데이터의 특징이 되는 인덱스 혹은 인디케이터를 애초에 잘못 설정했거나, 잘 설정했더라도 가져오는 과정이나 결과로의 출력단에서 한방에 깔끔하게 처리되도록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 일상에서의 비슷한 풍경이라면, 같은 자료나 화면을 계속 여러번 왔다갔다 해야 한가지의 작업이 끝나는 경우. 그게 우리가 몸으로 때울 땐 손이나 눈에 부하가 걸리며 돌아버릴 것 같고, 데이터 구조를 신나게 돌리는 기계 입장에서는 지연시간이라는 데미지로 반영된다. 0.4ms. 저 숫자만 보이면 눈이랑 뇌가 바쁘게 돌아간다. 유저들 입장에서 '이상한데?'를 느끼기 시작하는 기점. 뭔가 손을 봐야된다는 threshold. 이젠 꿈에서도 나올 것 같은 숫자. 그래서 일상에서도 이럴 일이 없게 하는 편이다. 톡이나 약간 장문의 글, 말에서도 왔다갔다를 여러번 하게 만들지 않는(…). 이를테면 이런걸 별로 안 좋아하게 됐다.

-저기요, 야, 너, 계신가요
-네?, 어왜, 왜여(1stack : 이거 무슨 면대면이거나 전화야? 왜 부르기만해… 한번에 쭉 말하면 되자나요. 어차피 나중에 봐도 되는거니까 텍스트로 보내는거면서 왜 부르기만 해…)
-저번에 그 일 말인데,데요
-어떤거요?(2stack : 지금 나랑 이심전심을 하자는겁니까)
-블라블라블라요, 건이요, 쪽 문제
-아 네, 그게 어디가 어떻게 문제인가요,진행됐나요(3stack : 그래서 그게 뭐요)
-제가 보니까(… … ?)
-예
-이러이러하더라구요(4stack : 감상평이나 독후감은 잘 들었어요. 근데 그래서 어쩌자는 말이냐고. 나보러 뭘 언제까지 어떻게 하라는건지, 우리가 어쩔건지…)
-그럼 이쪽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어떻게 할까요, 그건 이렇고 이렇긴 한데
-음…

what’s on my mind : 그냥… 한번에 말해 제발.

당연히 일상에선 거의 신경을 안 쓰거나 이런걸 바라지도 않고,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는다. 그래도 일상에도 지장(?)이나 변화(?)는 있다. 지인들은 좀 신기해하면서도 오히려 편하다고 하는중.

‘요- 현규가 저번에 일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밥산대. 근데 그시국이니까 점심에 브런치로 간단하게 셋이 스치듯이 쫑. 위치는 왕십리, 종로, 홍대 셋중에 동-서-중앙 어디가 편하고 땡길지 고르면 됨. 난 알겠지만 저그만 아니면 아무거나 괜찮음. 시간은 당연히 토일중 이른 점심쯤. 되는걸 다 말하거나 안되는 걸 빼자고 알려주면 셋이 겹치는걸로 골라봄.’

어, 굳이 밥씩이나 안 사도 되는데 ㅋㅋ, 브런치 좋지, 우리가 둘인데 홍대가 편하니까 홍대, 메뉴는 타르트나 프렌치토스트, 토요일은 그냥 늦게까지 자자. 일요일. 준비하고 나가려면 최소 12시. 정답인가요?!

딩동댕

거기에 이렇게 받아치는 이런 사람도 있다. 빈 칸 채우기에 희열을 느끼는 변태(…). 아마 와우에서도 힐러 시켰으면 빈 칸 페티쉬 땜에 잘했을 것 같기도.